매거진 영화리뷰

영화<미드소마> 리뷰

영화가 관객의 호흡을 뺏는 방법.

by 대상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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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2019)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심리 호러 영화로,

사랑과 상실의 고통을 안고 스웨덴의 한 공동체를 찾은 여주인공 ‘대니’가

밝고 평화로운 외관 뒤에 잔혹한 의식을 지닌 마을 ‘호르가’에서 겪는

정신적 붕괴와 재탄생의 과정을 그린다.


잔혹한 장면들이 대낮의 햇빛 아래 펼쳐지며,

전통과 공동체, 감정의 동조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폭력이

섬뜩한 아름다움으로 포장된다.




후—흡.’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호흡을 따라하고 그들의 템포에 맞춰, 숨을 쉰다.

사회는 한 인간의 소속 욕구를 건드리고, 버려짐에 대한 공포를 틈타 개인을 잠식해간다.
우리는 그들앞에 차츰 벌거벗겨진다.


영화는 시종일관 채광이 밝다.
개인이 스스로를 은폐할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늘은 오직, 사회가 허락한 특정 장소에만 있다.

대낮 같은 공동체의 밝음 속에서
우리는 밝음을 강요받고, 드러냄을 강요받는다.
숨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울음이 필요하고, 은폐가 필요하다.


광장이 주는 공포는 밀실이 주는 공포와는 다른 종류의 폭력이다.

모든 곳이 샅샅이 밝혀진 마을 속에서 실재는 더욱 깊숙한 곳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더 잔혹하고, 더 노골적인 섹스의 장면으로 되돌아온다.


대니는 그들의 죽음과 섹스를 쨍한 햇빛 아래서 목도한다.
그리고 끝내, 토사물을 쏟아낸다.


시체는 꽃으로 덮인다.
섹스도, 죽음도, 꽃으로 장식된다.
가장 권위 있다는 5월의 여왕조차, 꽃더미에 파묻힌다.


여왕과 시체는 다르지 않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여왕이고, 모두 시체다.


이 모든 의식은 이름 모를 마약과 춤과 음악으로 뒤섞인다.
그 기묘한 환상성은 인물들을 최면처럼 몽롱하게 이끌어간다.


그 쾌감 혹은 어지러움은 잔디처럼 손등과 발등에서부터 자라난다.

풀은 몸을 덮고, 대니는 마침내 하나의 꽃덤불이 된다.




영화는 이 몽환성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우리는 영화 속 마을로 끌려가고, 어느새 깨닫는다.


‘내가 있는 곳이 호르가이구나.’


소름이 돋아 쓰다듬어본 내 손등이 까끌하다.
풀이 자라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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