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리뷰

<천녀유혼>리뷰

절에서 만난 절세미녀가 알고보니 귀신이었던 썰 푼다.

by 대상c

천녀유혼을 봤다.

1987년작. 역사적인. 시대를 대표하는 홍콩의 역작.

경건한 마음으로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간식봉투도 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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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신이라는 남자주인공이. 난여사라는 폐 사찰에서 하룻밤 잠을 청하다

섭소천이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빠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섭소천은 천년묵은 나무요괴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귀신이었고,

사랑과 구원의 길목에서 영채신, 섭소천, 도사 연적하, 그리고 나무요괴가 뒤얽히며

로맨스와 판타지, 액션이 어우러진 비극적 서사가 이어진다.


한시간 삼십 육분.


영화가 끝나고서.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그 역사적인 천녀유혼이라고?'


물론 영화는 환상적이었다. 장국영의 연기는 압권이었고, 왕조현은 예뻤고 너무 예뻤다.

스토리는 탄탄했고 연출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감적의 호흡은 매끄러웠고 어디 하나 빠질 데없이 아름다운 영화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비슷한 시기. 왕가위의 영화를 보고난 감상과 비교하자니

아무래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난여사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서있는 홍콩. 섭소천은 홍콩의 국민.'

'섭소천은 흑천마왕에게 사로잡힌. 식민화.'

'판타지와 오컬트, 시대극, 무협과 로맨스가 섞인 용광로같은. 홍콩.'


그런식의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저런 조각을 끼워넣어보려해도.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다.


나는 생각하기를 내려놓았다.


'섭소천은 그냥 영채신을 사랑한거구나.'


그냥. 로맨스영화였다.




영채신을 사랑한 섭소천을 홍콩의 시대상으로 치환해버리는 관객들의 시도는

또 다른 이름의 식민지화다.


섭소천은, 영채신을 살리기위해 흑천마왕의 첩이되는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의 가장 앞선 마음은 자유에대한 갈망이 아니라 인간에대한 사랑이었다.


그녀가 자유로워지고싶었던 이유는 사랑하기 위해서였다.

사랑이 투쟁으로 오독되어버리는 평면적이고 심심한 식민화다.


천녀유혼은. 담담히 따라가면 된다. 둘의 사랑이 이야기하는 순수성을 멀찌기서 바라보고 곱씹으면 될 영화다.




이제 와서 다시 보면 낭만이 넘친다.


물론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을 특수효과지만,

지금 기준에서 보면 영락없는 B급 연출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당시의 낭만성과 뒤섞이며, 오히려 더 근사하게 버무려진다.


열악한 분장과 세트를 감추기 위해 짙게 깔린 어두운 채광, 과하게 뿜어낸 연무, 역광으로 쏘아내는 조명들이 만들어낸 그 전설 같은 허구성.


이 모든 것은 무협과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를 되려 밀어주는 특유의 미학이 된다.


징그러우리만큼 현실적인,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보이는 근래의 판타지 영화들과 비교하면 『천녀유혼』에는

그 시대의 노력이, 정서가, 허풍이 담겨 있다.


삼국지 이래로 이어져온 대륙의 기상과 낭만은,


어쩌면 이런 식의 진심 어린 허풍 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피어나버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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