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쟁-영화란 무엇인가>3.영화의 기원

욕망 영화 신화의 삼각구조

by 대상c

2. 영화의 기원


조르주 사둘은 영화의 기원을 단순한 기술적 발명이나 산업적 조건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영화가 산업혁명과 과학 발전의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움직이는 이미지”라는 상상과 관념이 먼저 자리 잡고 있었으며, 기술은 그 뒤를 따라왔을 뿐입니다.


영화의 초기 발명가들은 과학자라기보다는 집착과 기발한 상상을 가진 인물들이었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과학자였던 마레는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무관심했습니다.


이는 영화가 산업적 필요나 과학적 연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광기에 가까운 집념과 신화적 열망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초기부터 영화는 단순히 흑백의 움직이는 그림이 아니라, 소리·색채·입체감까지 갖춘 완전한 재현을 지향했습니다.


따라서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구분은 원시적 단계와 진보의 관계가 아니라, 본래부터 존재하던 “완전 영화의 신화”가 차차 현실화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영화의 기원은 산업혁명이나 기술 발전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신화적 상상이 물질적으로 구현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르주 사둘적 시선>


사둘은 프랑스 공산당 당원이었기에, 그의 시선에는 늘 마르크스적인 역사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예술과 문화는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조건 위에서 성립합니다.


따라서 사둘은 영화의 기원을 특정 발명가의 천재성 위에 두지 않고, 산업혁명, 사진술의 발명과 발달, 자본주의적 오락산업의 구조등 다양한 시대적 조건속에서 설명하려 했습니다.


흥미로운점은 조르주 사둘이 마르크스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기원을 단지 경제나 기술발전의 ‘필연적 산물’로 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영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신화적이고, 상상적인 열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열망은 사회문화적 차원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천성에 자리한 것입니다.


그의 이러한 의견은 앞서 이야기되었던 미라 콤플렉스와도 이어집니다.


사진과 미라술로 시간을 붙잡고자 했던 인간의 열망은, 이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시간성과 운동성을 갖추며 극장위에 현현하게 된것입니다.


<사견>

영화의 발명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은 저에게 매우 라캉적인 언어로 들립니다.


흐르는 강물이 지닌 시간성과 운동성은, 인간이 결코 포획할 수 없는 실재적 흐름을 상징합니다.


영화와 사진은 바로 이 실재적 현상을 붙잡으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언어나 시 역시 그러한 시도를 대신해왔지만, 영상에 비하면 육체성과 직접성이 부족합니다.


영상은 프레임을 통해 활자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실재의 틈을 봉합하려 합니다.


물론 그 시도 또한 불완전합니다. 포획된 영상은 운동 자체가 아니라, 잘려진 프레임들의 연쇄일 뿐입니다.


관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붙잡았다”는 환상을 즐깁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실재가 남긴 공백과 흔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관객은 바로 그 흔적, 즉 대상 a를 좇으며 영화에 탐닉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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