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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의 정의

사랑하면 사랑할 수 있다.

by 하이브라운

가끔 내게 사랑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고 싶었다.

평소 내 입에서 자주 나오는 "사랑"에 대한 나만의 정의가 필요했다.

사랑을 삶의 최고 가치로 두고 살아왔는데 그것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사랑에 대한 정의의 부분 부분들, 그중 내가 취하고자 하는 부분들을 묶어서 사랑을 이해하고 실천하며 살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사랑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살아갈 테니 가볍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글을 쓴다.


최근에 책을 볼 때, 사랑의 본질에 관한 내용이나 사랑에 관한 작가의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있는 문장들은 눈여겨봤다. 예상은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함에도 표현은 다르지만 일치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인간은 사유로 가치를 정의할 수 있을까?

필연적으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개개인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을까?

출생부터 사랑에 대해 말하는 순간까지 모두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른데 사랑을 같게 정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통된 점이 있다는 것은 사랑의 가치가 가지는 고유의 모습이 있는 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초'에서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부모로부터 받은 무조건적인 사랑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사랑이고, 그것을 학습할 준비 또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았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작가의 말에 매우 공감한다.

사랑은 받은 자가 할 수 있다. 그것이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도.

사랑의 경험이나 연습이 없이 사랑을 한다는 것은 다른 가치를 사랑으로 오해할 수 있고, 언제고 사랑의 본질을 생각해야만 하는 과정 중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승우 소설가의 '사랑의 생애'에서는 사랑은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 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더 구체적으로 "사람이 사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 속으로 들어온다. 사랑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숙주가 기생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생체가 숙주를 선택하는 이치이다."라고 전한다


사랑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가슴속에 피어나는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고,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내 속에 들어온 사랑이라는 기생체를 발견하는 과정인 것이다.


요즘 들었던 가요 중에 로이킴의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에서 "처음의 설렘보다 익숙함을 소중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처음의 설렘도 사랑일 것이고, 익숙한 것의 소중함도 사랑일 것이다.

최근에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사랑도 이렇게 조금씩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오랜 연애 기간을 끝내고 결혼을 앞둔 신랑에게 사랑으로 결혼했냐? 의리로 결혼했냐? 는 농담을 많은 사람들이 하곤 했다. 사랑은 그 가치만 딱 잘라서 떼어낼 수 없는 것 같다. 많은 가치들과 사랑이 모여서 다른 모습이 되고, 때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그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짧게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내가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고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가?

내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내게 사랑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늘 옆에 두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위해 나를 희생해도 아프지 않은 것이다.



어제의 일상은 매우 여유로웠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재량휴업일, 아들은 정상 등교였다.

이런 경우가 1년 중에 흔치 않다. 오늘 하루는 오롯이 아내를 위해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서인지 '사랑'이라는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등 남자아이는 삶의 가치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육아의 난이도 높다. 그것도 외동이라면.)


살아오면서 "사랑"에 대해 배운 내용 중에서 명심하는 한 가지가 있다.

자녀보다 아내를 더욱 사랑하라는 것이다. 쉽지 않다. 당연히 지금도 되지 않는다.

언제나 1번은 자녀이고,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다.

잘 되지 않는데 노력하고자 한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 자녀는 저절로 잘 성장할 것을 굳게 믿는다.

더 좋은 사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다.

이것 또한 아내 한 사람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이루어져 갈 것이라 생각된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한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사랑하고 연습되어 더 많은 것을 사랑하리.

아내와 함께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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