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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 눌러 담았더니 결국 튀어나왔다

내게 갓생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by 하이브라운

며칠 전,

‘꾹 눌러 담아 꽉 채운 하루’라는 글을 썼다.

시간을 쪼개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많이 해낸 하루를 스스로 만족하고 뿌듯하게 생각했다.

물론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내고 내가 설정한

목표를 초과하여 이뤘다면 좋은 것이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 안에 “욕심”이 있었다는 것.

어제까지 무리한 일정을 보내게 되었고, 결국은 탈이 났다.

꾹 눌러서 담았더니 튀어나온 것이다.


어제는 직장의 업무를 마치고 곧바로 30분 거리를 차로 달려서 바리스타 연수에 참여했다. 자격증 필기시험이 있었다. 시험 후 실기를 연습하고 귀가하니 8시가 넘어 저녁 식사가 애매했다. 밥 대신 냉장고에 있던 치킨을 먹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피곤한 상태에서 데워진 치킨은 소화가 잘 될 리 없었다. 어젯밤부터 오늘 하루 종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갓생]

모범적이고 부지런하며 열심히 사는 삶.

요즘 많은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지금의 치열한 사회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지덕체를 갖춘 전인적 인간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향상해야 할 능력이 무척이나 많다. 취업이든 학업이든 성장을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젊은 세대의 노력이 보통이 아님을 느낀다.


여기서 나를 돌아보자.

내가 지금 하루를 꽉 채워 눈코 뜰 새 없이 능력을 향상시키는 시기인가?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나?

얼마나 나아가려고 탈까지 났나?

문제는 위에서 말한 욕심이었다.


- 직장과 가정에서 주어진 역할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고자 했던 욕구.

- 운동이 몸에 익고 웨이트의 중량을 높이니 눈에 보이기 시작한 근육들.

- 문학을 접할수록 예전에는 몰랐던 재미와 감동과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들.

- 글을 쓸 때마다 타인의 반응들.


모든 것에 욕심이 개입되어 정도가 지나쳤다.

항상 ‘중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어려운 것이라 인정했다. 역시 그것이 되지 않으니 문제가 되었다.

다시금 하루의, 일주일의 계획과 목표를 차근히 수정해야겠다고 느꼈다.

또 하나 느끼는 것은 건강의 소중함이다.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떤 계획이나 성과도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됨을 깨닫는다.

쇼펜하우어도 “행복의 90%는 건강이 좌우한다”라고 말한다.

건강을 우선으로 하여 바깥의 시선이 아닌, 인생의 무게 중심을 내 안으로 옮기는 연습을 조금씩 해야겠다.


아인슈페너와 콘파냐. 동료가 가져다 준 소화제
급체로 고생했지만 오늘이 스승의 날이었다. 늘 학생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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