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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동물원

삶에서 만나는 변수들

by 하이브라운

삶에서 변수는 늘 존재하는, 그것이 끝나는 순간까지 헤어질 수 없는 둘은 단짝이다. 변수라는 짓궂은 아이는 늘 예상치 못하게 왔다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살피고 휘리릭 사라진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경험이라는 선물은 남기고 간다.


어제는 1년에 한 번 있는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일주일 전부터 일기예보를 유심히 살폈다. 강수 확률 20~30%라는 게 참 재밌다.

마음속 기대와 포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게 한다.

결국 비가 왔다. 그것도 시원하게.


대절한 버스를 타고 동물원으로 향하는 길에 창문에 부딪혀 주르륵 흐르는 빗방울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상황이니 비가 내릴 때 식사를 먼저 할까?

- 학생들은 우산이 있지만 비를 맞으면 찝찝한 상황에서 돌발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을까?

- 휠체어를 탄 학생은 이동이 조금 더 어려울 텐데 인솔 교사를 조정하여 내가 거기에 지원할까?

- 계속해서 장대비가 내리면 어디서 무슨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

...

체험학습이 예정된 오후 2시까지 계속 비는 내렸지만 중간에 비가 멈춘 때도 있었고, 분무기로 분사하듯 약하게 내린 시간도 있어서 요리조리 비를 잘 피해 가며 60명의 인원이 일정을 잘 마쳤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일과를 마무리했다는 것과 여러 동물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직업 특성상 과장 없이 체험학습을 100번을 넘게 간 것 같다. 반일형, 전일형, 숙박형 등 다양하게 다녔다. 학교 카드를 잃어버린 일, 화장실 사용과 관련된 일, 길을 잃은 일, 예약한 식당이 문을 닫은 일, 다른 학교 학생을 인솔하고 있었던 일,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일 등. 체험학습과 관련된 에피소드만 적어도 단편 소설집 한 두 권의 분량을 채울 자신이 있다. 그만큼 여러 변수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이 쌓인 것 같다. 어떤 때는 "비는 매번 내가 나갈 때만 내리는구나!"하고 스스로 말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늘 변수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간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최대한 변수를 상수로 만들고 예측 가능한 부분을 대처하며 살아가지만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곧 변수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는다.

현실을 탓하고 사회 제도를 부정했던 순간을 지나서

실망 후 자기 위로의 순간이 지나서

언제든 치고 들어올 수 있는 오래된 친구처럼 변수를 인정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사람은 인격적으로 완벽할 수 없어서 경험이 많이 쌓여도 계획했던 일에 변수가 치고 들어오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차츰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게 되는 시간의 간격이 짧아지는 것이다.


변수를 인정함에 머물지 않고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방법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즐거움과 감사를 찾는 것. 자칫 합리화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어제의 체험학습을 생각하면

비가 와서 동물원에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거의 없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동물원을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여유로운 경우가 없었다. 대형 유리창 가장 앞쪽에서 실컷 동물들을 보고, 자리 잡기 어려웠던 식당에서도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고, 관람객이 없어서 동물원 곳곳을 수월하게 돌아다녔다.

조금 더 내공이 쌓인다면 체험학습의 순간에도 이러한 생각들을 할 수 있을까?

변수를 받아들이는 생각 변화의 시간 간격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순간을 불편없이 감사와 행복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나는 사람마다 비가 와서 고생했다지만 즐겁고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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