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의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을 읽고
밀가루, 버터, 설탕, 소금, 베이킹파우더, 계란, 우유.
제빵을 위한 기본 중에 기본 재료다. 스콘의 모든 재료이기도 하다.
만드는 법 또한 간단하여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설탕, 소금 위에 버터를 올리고 섞는다. 그다음, 냉장고에 보관한 계란 우유물을 부어주고 섞는다. 1시간 정도 휴지했다가 모양을 잡고 오븐에 구워주면 끝.
요즘 가정마다 있는 에어프라이기로 만들 수 있어 홈베이킹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스콘을 좋아한다.
모든 종류의 빵을 좋아하지는 않고,
몇 종류의 좋아하는 빵만 계속해서 먹는 성격인데
그중 스콘의 선호도가 아주 높다.
스콘의 매력은 재료나 만드는 법에도 나왔듯이 '기본'
화려한 꾸밈없이 모양은 돌멩이처럼 투박하고,
특별한 재료가 추가되지 않아 맛도 자극적이지 않다.
모양과 맛 모두 그저 평범하다.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부담 없이 집어 들어 입에 넣었을 때 겉의 딱딱함은 사라지고 속의 부드러움이 금세 찾아온다.
버터의 진한 맛과 입 속에서 가루로 부서지는 밀가루 본연의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스콘의 매력이다.
6주간, 수요일이면 업무를 마치고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다른 학교로 자격증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귀가하면 밤 9시가 되는 일정이라 피곤함, 배고픔 등이 가득한 힘든 과정이었다.
오늘은 그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의 마지막 시간인 실기시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직장을 나서려는 순간, 동료들의 응원 메모가 붙은 종이와 맛있는 스콘들이 가득 찬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내게는) 크게 중요한 시험도 아니고, 난이도가 높아 걱정이 되는 시험도 아니지만 내가 있는 곳이 이렇게 따뜻한 곳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감동이 되고 힘이 났다.
일본 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가까운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최근 도몬 후유지의 '불씨'라는 소설을 읽었다.
250년 전, 무너져가던 번(지금의 지방 자치제도 속의 한 구역)을 살려낸 한 지도자의 실화소설이다.
우에스기 요잔이라는 인물은 15세의 나이에 번주가 되어 17세에 개혁을 단행하고 파탄지경의 요네가와 지방에 개혁의 불씨를 지핀다.
당연히 순조로울리 없는 개혁 앞에 수많은 벽이 나타난다. 권위, 부패, 타성, 개혁불감증 등.
요잔의 신념 앞에 그 벽은 하나둘 무너지고 작은 불씨는 거대한 용광로의 불꽃이 된다.
어떻게 보면 많은 신화나 소설에서 나옴직한 스토리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방법이 되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출신이 다른 어린 번주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대해 요잔은 많은 방법을 구상하지 않는다.
오직 겸손과 사랑. 그것을 가슴에 품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부패와 경직된 사회의 원인이 되는 불필요한 권위를 무너뜨리는 겸손.
요잔은 스스로 낮은 자가 되어 백성을 섬긴다. 그리고 사랑한다. 그 사랑이 번을 회복시키고 부흥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게 하고 백성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한다.
어떤 무엇보다도 강력하지만 기본적인 것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
너무 자주 들어서 음미하지 않으면 지나칠 것들.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것들.
내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관계를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멀게 지내는 사람들조차도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람을 좋아한다. 이런 성격도 참 복이라면 복이다.
많은 사람을 좋아함에도 사람에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마도 사람에 의지하는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떤 말과 행동에도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늘 유지함 때문일 것이다.
마치 자동차 스마트주행에 일정 거리 유지 기능을 내 속에도 늘 켜두는 것처럼.
이런 내가 더욱 가깝게 지내고자 하는, 일정 거리 유지 기능을 꺼버리는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했다.
의외로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말과 행동에 다른 의도가 없는 사람.
삶에 꾸밈이 필요 없고 자신의 삶 자체를 살아가는 사람.
좋은 상태, 좋지 않은 상태가 쉽게 눈에 보이는 사람.
크게 웃고, 크게 울 수 있는 사람.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
미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기본적인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
빵도 사람도 기본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라는 사람은 참 기본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늘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외부에서 충족하려 하니까.
내면을 더욱 단단히 하고 싶다. 살아온 날에서 상처나 왜곡이 생겼다면 그 자리를 사랑과 감사로 가득 채워 이전의 것들을 밀어내고 싶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나의 지난날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의 내가 지난날의 내 모습을 가진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선물 받은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을 읽고 책의 형식에 따라 나의 에세이를 썼다.
책은 작가의 삶 - 빵과 베이킹 - 인상 깊었던 책
위 세 가지를 하나의 글로 엮었다.
형식도 신선했지만 내용도 참 좋았다.
지난번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을 읽고 리뷰를 써서 쓸 내용이 많이 중복되었다. 이번 리뷰는 그러한 이유로 부끄럽지만 어설픈 내 글로 대신했다.
잔잔하고 울림이 있는 백수린 작가님의 이번 산문집 또한 너무 좋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