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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기 위한 것과 보이는 것

학부모 공개수업을 마치고

by 하이브라운

단정한 슈트와 구두, 알록달록 원피스.

금요일 직장의 풍경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학부모 공개수업이 지난 금요일에 있었다.

젊은 교사들이 많은 우리 학교의 어제 출근 복장은 젊음의 에너지와 합하여져 더욱 예뻐 보였다.

하지만 긴장된 얼굴 표정은 숨길 수 없다. 무엇인가를 공개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부담이 되니까.


공개수업.

교직 경력이 15년이 넘었고, 무수히 많은 수업을 공개했지만 공개수업을 생각하면 아직도 물음표가 많다.

'수업을 위한 수업은 아닌지'

'학생과 교사의 평소 모습을 몇 % 나 볼 수 있는지'

'다른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인지'

존경했던 신규 발령지의 교장선생님께서는 교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1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누군가의 참관으로 학생들이나 교사가 수업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 하지 않는 게 더 유익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모션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된 수업 분석교실이 만들어졌다.

자기 수업의 컨설팅이 필요하거나, 동료 교사와 수업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면 교실처럼 꾸며진 수업 분석실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학생과 교사가 다각도로 촬영되어 영상을 활용할 수 있었다.


공개수업의 가장 좋은 모습은 학생들이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 평상시 교육활동 그대로를, 필요한 누군가가 참관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여러 환경적인 어려움과 학교의 사정으로 그렇게 진행하기 어렵다.

교사들은 학교와 교실 환경을 더욱 청결하고 단정하게 정리한다. 수업은 임팩트가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여러 교재교구를 활용하여 진행한다. 미리 지도안을 점검하며 질문과 발표의 기회가 학생들에게 고르게 주어질 수 있도록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여러 시간에 걸쳐 학생별 비중을 나누어 수업을 계획했을지라도 학부모님이 참관하는 날은 단 하루라 자신의 자녀가 소외됨을 느끼실까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이 공개수업이 가지는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공개수업은 좋은 점도 많이 있다.

교사들에게는 수업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경력이 쌓인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레퍼토리가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수업의 주제만 보고도 노련하게 관련 활동을 넘치도록 뽑아낼 수 있다. 공개수업을 통해서 수업지도안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다양한 에듀테크(정보통신 기기의 활용)를 사용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학교 생활을 다방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교사와의 라포는 얼마나 형성되었는지, 수업에 참여하는 자세는 어떠한지, 학교와 교실의 교육 환경은 어떤지. 비록 형식적인 면이 많더라도.



대학에 입학했을 때, 입학식 행사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대학의 입학식은 신입생들만 참여하는 매우 간단한 행사였다. 다른 전공을 공부하다 군 제대 후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에 들어온 형이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나타났다.

"형 입학식인데 무슨 정장이에요? 신입생들만 참여하는데. 혹시 부모님도 오세요?"

"아니. 난 나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을 때 정장을 입어. 늘 정장을 입을 때는 뭔가 각오를 하게 되는 것 같아."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그 형의 각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우리들과 달랐을 것이다.

나 또한 평소 단정하다고 생각했던 옷으로 맞춰 입고 출근하여 공개수업을 잘 진행했다.

평소 미소의 1.5배, 거기에 다정함 한 스푼, 공손함 두 스푼, 따뜻함 세 스푼을 첨가하기는 했지만 이런 직장에서 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자녀를 믿고 보내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하며.


공개수업이라는 형식적인 행사는 분명 한계가 있다.

다시금 교사라는 직업을 생각하고 각오를 다지는 교사. 자녀를 보며 흐뭇한 하루를 보낸 학부모님.

부모님이 오셔서 신났던 학생.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 같다. 그것으로도 감사가 넘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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