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 99%와 결과 1%의 시간
보리수나무 - 우리나라 전국의 산야에 천연 분포하고 키가 4m쯤 되며 내한성이 강하고, 내음성은 아주 약하지만 뿌리에서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다. 4~6월에 백색이나 연한 황색 꽃이 피며,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꽃이 필 때면 벌들이 많이 모여든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열매에 하얀 점이 점점이 찍혀 있고, 맛은 약간 떫으면서도 달짝지근하여 먹을 수 있어서 옛날에는 임금에게 진상도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어제 학생들 하교 지도를 마치고 교무실로 복귀하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잠시 부르셨다. 하실 말씀이 있으셨는지 학생들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메신저나 휴대전화 메시지로 충분히 호출할 수 있었지만, 윗사람의 배려가 묻어나는 행동은 늘 감사를 하게 된다.
우리 학교에는 작은 학교숲이 있다.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작은 길의 양쪽으로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무와 식물들의 모습을 학생들이 관찰할 수 있고, 간혹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는 좋은 산책 코스가 되어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이 길을 걸으며 내가 맡은 부서의 일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셨고, 성심껏 답했다.
이 물음과 대답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학교숲의 보리수나무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보리수나무에는 빨갛게 잘 익은, 앵두같이 생긴 보리수나무 열매가 탐스럽게 달려있었다.
"보리수나무의 열매가 매우 잘 익었어요. 지금이 열매를 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예요. 학생들과 함께 열매 따기 체험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말씀드렸어요."
손이 닿는 곳에 달려있는 열매를 하나 따셔서 맛을 보라고 주셨다. 처음 먹어보는 보리수나무 열매였다.
신맛이 먼저 입안을 가득 채우고 떫은맛이 뒤를 따른다. 친구나 동료가 준 열매였다면 그 자리에서 뱉으며 엄청난 구박과 복수를 시작했을 맛이다.
사회생활 17년 차 부장교사는 "와~ 처음 맛보는데, 새로운 맛입니다. 묘한 맛이 매력이네요. 이 열매로 뭔가를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믿는 사람으로서 거짓말은 할 수 없기에, 1초의 음미 시간에 이러한 표현을 생각해 낸다. 스스로 대견했다.
도심에 있는 학교라 작은 텃밭에 있는 상추나 방울토마토 등의 농작물을 수확할 기회만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교장선생님은 관리자이기 이전에 수십 년의 선배교사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위한 이러한 조언들과 권유는 늘 귀담아들으면 유익한 면이 많다. 좋은 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다. 오늘 아침에 선생님들께 공지를 하고 오후에 학생들과 함께 보리수나무 열매를 수확했다. 나무를 둘러싸고 각자 손을 뻗어 빨간 열매를 상처 나지 않도록 조심히 딴다. 높은 곳의 열매는 선생님들께서 나무의 가지를 잡아 내려주면 학생들의 손들이 모인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머릿속에 사진을 찍는다. '주는 나무와 돕는 교사와 행동하는 학생'. 생활의 한 장면에 감동을 얻기가 쉽지 않은데 행복한 순간이었다.
한 시간의 열매 따기 체험을 마치니 수확한 보리수나무 열매의 양이 제법 많았다. 미리 생각해 둔 '보리수청'을 만들기로 했고, 열매가 무르기 전에 청을 만들면 좋겠다는 주부 9단 교사들의 조언에 따라 병을 세척하고, 열매를 씻고, 꼭지를 따고, 설탕에 버무려 완성했다. 100일 정도의 숙성 기간이 지나면 맛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음료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활동을 곱씹어 보면서 삶을 생각하면,
내 관심과 시선은 늘 결과에 맞춰져 있음을 깨닫는다.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은 수없이 듣고, 학생들에게도 가르치지만 삶에서 쉽게 실천하지 못한다.
보리수청이 오늘 활동에서 얼마의 비중이었을까? 누군가는 청을 만들었는지도 시간이 지나면 잊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손을 뻗어 열매를 따던 장면은, 가지가 흔들려 열매가 머리 위에 떨어져 놀라는 것을 보고 함께 웃던 장면은, 맛이 궁금했던 학생이 한 입에 열매를 넣고 바로 뱉어내던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내게는 선물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