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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 최진영

by 하이브라운

손바닥만 한 에세이집을 선물 받았다. 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분량이 적어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소설가 최진영님.

작가의 소설은 단편 모음집에서 한 편 읽었다. '섬머의 마술과학'. 환경 문제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드럽고 신선한 작품이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 서점가 트렌드가 '역주행'이라고 한다. 2023년에 출판된 장편소설 '구의 증명'이 화제가 되었고, 그때부터 작가의 이름이 익숙해졌다. 그 화제의 소설은 나와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독서 스승님(독서의 세계로 인도해 준 동료교사를 이렇게 부른다.)의 조언에 따라 읽지 않았다. 이런 건 참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여하튼, 소설가의 일상과 고민을 가감 없고 솔직하게 들려주는 에세이라 읽기 전 기대감이 컸다.


책은 작가의 3년여의 제주 생활, 그곳에서의 창작 활동, 감정의 흐름과 변화, 고민 등을 격식 없이 담고 있다. 마치 책상 서랍에 숨겨둔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 것 같은 솔직함이 가득하다.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대한 내용도 포함한다. 같은 이글스의 팬으로서, 역시나 인내와 희망을 야구를 보면서 성장시킨다.

창작 활동의 고뇌와 삶의 고민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글을 써야 하고, 쓰고 싶고, 쓰고 있는 삶. 소설가의 삶을 잠시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에세이를 읽고 리뷰 쓰기는 참 쉽지 않다. 더욱이 이번처럼 작가의 솔직한 인간적인 고백이라면 말이다. 내가 누구의 일상을 어찌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몸도 좀 챙기세요."

"저도 작가님처럼 늘 그래요."

"응원하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따뜻한 인사말이나 마음껏 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까지는 소설가의 소설을 읽고 그가 쓴 에세이를 읽었다. 소설보다 에세이를 먼저 읽은 게 처음인 것 같다.

호기심 많고, 사회 곳곳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쓰는 것 외에는 허당일 것 같은 작가의 작품이 읽고 싶어 진다. 예전에 작가님의 작품 중 "쓰게 될 것"이라는 단편 소설집을 추천받았는데 바로 읽어봐야겠다.

또 한 명의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읽게 될 책이 많아지겠지만 그들이 뿌려놓은 보물들을 산책하듯 거닐며 하나씩 줍게 될 생각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참고로 7월 1일 현재 한화이글스는 대한민국 프로야구 순위 1위다. 이제는 인내와 희망이 아닌 겸손을 배워야 할 때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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