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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의 무게

2025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by 하이브라운

2025년의 절반이 지났다.

삶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고 하는데, 43km/h의 속도가 이렇게 빠른가? 아무튼 상반기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남들보다 익숙함을 느끼는 것에 느린 나다.

매년 달라지는 직장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어느덧 1학기가 다 가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익숙함을 딛고 뻗어나갈 하반기가 있다는 사실.

매년 [준비-도약]이라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늘 준비 과정이 길지만 튼실히 다져놓은 발판은 걱정 없이 비상하게 한다. 감사하며 2025년 상반기를 보낸다.


2025. 6. 30.

상반기의 마지막 날, 학생 3명이 응시한 자격증 시험에 인솔자로 동행했다. 4월부터 열심히 준비했던 '휠마스터'라는 자격증 시험이다.

*휠마스터 자격 검정 시험은 수동 휠체어를 분해, 세척, 조립, 소독하는 등의 사후 관리 능력과 직장인으로서의 사회기술과 자기 관리 역량을 평가한다.

장애 학생들에게는 매우 어려움 시험 중 하나이다.

성남에서 양주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통학버스로 이동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자격증 시험과 관련된 업무는 시각장애인 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작년부터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하고 있고, 학생들 진로와 취업 분야에 매우 유능한 교사다.

담당자가 학생들을 인솔하여 시험을 보고 학교로 복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소이고 여러 변수가 걱정되는 마음에 관리자에게 허락을 받고 동행하게 되었다.


세명의 학생이 속한 학급의 담임교사는 조심히 다녀오라며 지퍼백에 학생, 교사, 버스 기사님의 간식을 이쁘게도 싸서 건네준다. 부모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데, 후배 교사지만 많은 것을 배운다. 삭막해져 가는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도 이런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잘 전해진다면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오전 중에 시험을 마치면 시험 장소인 복지센터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학생들은 중식비를 지참하였고 교사들은 출장비가 나오지만 평소 수고가 많은 선생님과 장애인 교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활동지원인의 식사는 내가 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

"아~ 부장님! 여기는 복지차원에서 점심값이 직원과 방문자는 4천원이고, 저는 장애인이라 반값만 내면 먹을 수 있어요. 우리 세명이면 만원입니다. 안됩니다. 안됩니다. 이거는 제가 사고, 부장님은 다음에 더 좋은 거 사주셔야 됩니다. 하하하"

평소에도 편한 사이로 지내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사이다. 농담도 자주 하며 가까운 사이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농담은 듣고 함께 웃었지만 마음 한 편에서 애잔함이 올라온다.

'장애인'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직업이지만 내게는 매우 조심스러운 단어.

누군가와 그 가족들에게는 낙인이 될까 평생의 고민을 줄 수 있는 단어.


자신을 장애인이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선생님의 지난날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여러 제약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 있는 지금이 그저 아름답고 존경스럽기만 하다.

이 분에게 장애는 그저 크고 작은 키, 예민함과 둔함, 빠름과 느림의 차이일까?

그만 생각하고 싶다.

그저 그와 함께 있는 지금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더욱 관계하며 배우고 싶다.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유명 코미디언의 책 제목처럼 삶을 녹인 농담 한마디에 어느 문학 작품 못지않은 감동이 밀려온다.

작년에 읽은 시각장애인 조승리작가의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의 마지막 장 내용이 떠오른다.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 꽃이다. (중략) 그 혹은 그녀가 내 향기를 맡고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내 비극의 끝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남을 것이다“

"선생님의 인생은 감동으로 남을 것입니다."

마음속으로 오늘 함께 한 선생님께 감사를 전한다.

2025년 상반기를 잘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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