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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될 것(책 리뷰)

최진영 소설집

by 하이브라운

며칠 전 최진영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감히 고백이라 말할 정도로 작가의 생각과 삶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였다.

이런 작가의 소설은 어떨지 매우 궁금하여 책을 구매하려던 참에, 직장의 독서 스승님께서 책을 빌려주셨다. 넘치는 복을 누린다.

작년부터 관심이 가는 소설가들이 생겼다. 각자의 개성이 강하여 배우고 싶은 점들이 많다.

최진영처럼 상상하고, 백수린처럼 글을 쓰며, 김연수처럼 삶을 음미하고 싶다.



책은 8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에세이에서 드러난 작가의 평소 생각과 소중히 여기는 가치, 삶의 태도들을 소설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작가의 지난 삶이 소설의 실제 배경이 되는 장면 또한 새롭고 흥미로웠다.

작가는 사회에서 소외된 것들,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많은 이들이 경시하는 것들, 지금 순간 꼭 붙들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보였다. 모든 것들이 우리가 쉽게 놓치는 것들이다. 작가는 놓치면 안 된다고 작은 소리로 외친다. 그 외침이 어린아이, 사랑, 가족 등의 온기를 타고 독자에게 스며든다. 이러한 것들이 8편의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8편의 작품을 모두 읽고 드는 생각은 한마디로 "지난 삶을 한번 훑은 것 같다"는 것이다.

나의 유년기 상처, 젊은 시절의 고민, 결혼과 자녀에 대한 생각, 가족의 의미, 사회 문제에 대한 태도, 죽음과 그 이후. 작품마다 내가 주인공, 가족, 지인이 되어가며 깊은 공감과 함께 읽었다.

매우 추천하고 싶은 단편 소설집이었고, 왠지 추후에 구매하여 소장할 것 같다.

쓰게 될 것.

언젠가는 내 글들이 내 삶이 되고, 그것이 누군가의 삶과 만나 아름다워지길 소망한다. 나 또한 쓰게 될 것이다.


1. 쓰게 될 것

전쟁.

내게는 먼 이야기. 보이는 현실에, 보이는 나로 살아가기 바쁘기에 더욱 먼 이야기. 부정을 멀리해야 긍정이 될 것 같은,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 형식적인 양심으로 안타까움을 툭 뱉어내고 발로 비벼 묻어버리는 관심 없는 이야기.

일상이 꿈이 되어 버린, 전쟁에서 느끼는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서 전쟁을 깊이 생각한다. 세상 모든 것의 기준은 '어린아이'임을 늘 잊지 말자.

2. 유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멈춘 시간의 분위기와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이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한다. 무엇이든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시간이다. 20년의 시간을 공유한 공미와 20년 전 시간을 멈춘 최유진은 이유진에게 어떤 의미일지 더욱 이해가 된다.

3. ㅊㅅㄹ

사랑만큼 사람마다 정의가 다른,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가치가 있을까? 사랑에 여러 구성요소가 있다면 모두 동일한 사랑은 하나도 없으리. '급류(정대건)'에 이런 문장이 있다. "누가 사랑이라는 치사한 말을 발명했을까. 자신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두 글자로 퉁치는 것처럼, 사기처럼, 기만처럼 느껴졌다."

각자의 사랑을 듣고 보는 것도 참 아름다운 일이다.

4. 썸머의 마술과학 - 지난 브런치 리뷰에 작성하여 생략.

5. 인간의 쓸모

SF소설에나 등장할 이야기가 AI시대를 시작하는 지금에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나와 내 가족,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윤리와 비인간화의 경계가 무너진 사회에서 신념의 주머니는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제는 고민할 때.

6. 디너 코스

부모와 딸 두 명, 4인 가족의 짧은 이야기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 담겨있는 듯하다. 고령화, 저출산, 퇴직, 부동산, 취업, 결혼, 출산 등. 지금 우리의 고민들이다. 가족이란, 네 개의 각기 다른 잔이 동그란 테이블 가운데서 부딪히는 것. 어쩌면 모든 고민의 근원은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7. 차고 뜨거운

내면의 처절한 싸움을 하며 살아온 엄마. 어렵다. 틀을 깨고 나가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 그로 인해 상처받는 자녀. 그 자녀를 보며 더욱 아픈 엄마. 상처는 서로가 주고받으며 더욱 증폭된다. 작은 틈은 생길 수 없을까? 어둠을 밝히는 빛이 파고들어 갈 수 있는 작은 틈. 태양(손주)의 밝은 빛을 기다린다.

8. 홈 스윗 홈

집-죽음. 어떤 연관이 있나?

일상을 살아가는 집. 일상을 살아가다 맞이하는 죽음. 일상을 집에서 살아가다 죽음에 이르는 인생.

미래를 기억하다.

기억하게 할 미래다. 그것을 실행하는 오늘이다. 과정은 공정하지 않지만 결과는 공정한 탄생과 죽음. 주변의 작은 것을 바라보며 조금씩 공정해져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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