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감사란?
가치에 순위를 두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MZ세대에 속하여(끝자락이지만 진짜입니다) 삶의 경험이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내 배움과 경험, 깨달음 등을 종합하여 “사랑 – 감사 – 겸손” 순으로 정했다. 사랑이 충만하면 감사가 넘치고 더욱 겸손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세 가치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음에 따라 경계가 모호한 성격도 있다. 그중 오늘은 ‘감사’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교가 직장인 사람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시기가 있다. 이 시기를 예고하는 몇 가지 신호 또한 있다.
생활기록부 작성할 시기라고 담당자의 연수가 잡힐 때.갑자기 나이스(교원행정처리 포털) 접속이 불가하거나 로딩이 심할 때.
날씨가 지나치게 더워지거나 추워질 때.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교무실 곳곳의 컴퓨터 화면에 여행지 블로그들이 보일 때.
이런 징후들은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곧 방학이 시작된다."
2025학년도 1학기를 열흘 남겨두고 있다. 설렘 조금에 걱정 잔뜩과 두려움까지 있었던 2월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사뿐이다. 무엇을 생각해도 감사가 나온다. 한 학기 동안의 감사한 일을 글로 적으라면 한글 10페이지 이상도 적을 자신이 있다. 능력보다 항상 넘치는 복을 받으며 살아가는 내 삶에서 감사는 어쩌면 당연한 일부일지 모르겠다.
오늘자 신문 칼럼에서 침습적인 슬픔과 달리 기쁨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가 불행에 대비하는 인간 생존의 본능과 내면의 기괴한 밸런스라고 한다. 우리는 기쁨을 적게 누리는 대신 고통도 덜 느끼는 방식을 택하고 종종 쾌락으로 기쁨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감사가 ‘기쁨 차단하기’의 해독제라 말한다. 기쁨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모두 감사의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백영옥의 말과 글 참조. 7/12 조선일보]
아인슈타인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살거나,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거나." 위의 칼럼에서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에게는 후자가 필요하다. 내 삶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ccm가사처럼 삶의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다.
이제는 내 삶에서 감사를 곱씹어 본다.
어둡고 긴 터널 속의 몇 년간을 잘 이겨내고 통과한 후, 앞으로의 인생은 ‘덤’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어떤 상황이나 환경이라도 불평하지 말고 감사로 받고자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인생의 하수였을 때 자기 합리화를 감사로 착각했었고, 비교에서 나오는 감사가 많았었다. 이제 중수쯤 되니 그런 것들 보다 절대적인 나 자신,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상황과 환경에 대한 감사가 나온다.
그렇다면 감사는 실제 내게 어떤 변화를 주었나?
1. 감사로 인해 지금 당장의 기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나중의 걱정 또한 작은 것이라도 감사할 일이 포함되어 있을 테니 그때 감사하게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2. 한없이 낮은 자가 되어도 타인을 섬길 수 있어서 감사했고, 자신을 낮추는 자가 결코 낮은 자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경험으로 깨달았다.
3. 가족과 직장동료의 장점이 더욱 눈에 보인다. 이런 아내가, 아들이, 부모님이, 친구들이, 직장 상사가, 동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들에게서 나도 모르게 감사를 찾게 된다. 작은 흠이야 누구나 하나씩 가지는 연약함으로 보게 되고, 내가 돕고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감사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감사의 훈련이 부족하여 내면화되지 않았다면 큰 것에는 몰라도 작은 것에 감사가 나오기 어렵다. 우리 삶에 큰 이벤트가 몇 번이나 찾아올까? 작은 일상에도 감사를 해야 하는 이유다. 매일 쓰지는 못하지만 일기를 쓸 때, 감사한 일과 반성할 일을 각 3가지씩 쓰고 시작한다.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잊었던 감사 인사를 다음날에 전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자기 전, 가족이 가정예배를 드릴 때 꼭 그날에 감사한 것을 하나씩 말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도 매우 소중하다.
감사는 작은 것에서 시작할 때, 더 크고 많은 감사를 가져온다. 어떤 환경에 처할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서 나를 든든하게 지켜준다.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지금, 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