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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지지 않는다는 말 - 김연수

김연수 산문집

by 하이브라운
행복과 기쁨은 이 순간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과 기쁨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겨울에 눈이 내린다면 그날은 행운의 날이다. 내일의 달리기 따위는 잊어버리고 떨어지는 눈이나 실컷 맞도록 하자.

나는 깨닫는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다. 작가는 숨기려 해도(숨기지 않았던가?) 재밌는 사람이다. 엉뚱한 면과 유머가 삶에 가득하다. 난 이런 사람이 좋다. 100으로 꽉 찬 사람보다 90 정도의 사람이 좋다. 10의 여유가 있는 사람. 10의 실수가 있는 사람. 작가는 그런 사람 같았다. 요즘 독서에 불이 붙어 다독하고 있는데 며칠이 지나면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말 오랜 시간 간직하고 싶은 내용은 촬영을 해두고 간직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위의 두 개의 내용이 스마트폰에 남아있다.


책은 달리기를 큰 줄기로 작가의 삶과 철학을 담아낸다.

달리기..

참 어렵지만 쉽고, 힘들지만 가뿐하며, 생각이 없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신기한 운동이다.

나 또한 달리기를 매우 좋아한다. 건강 유지의 목적이 있어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점점 달리기 만의 매력에 빠져 지낸 시간이 있었고 그때만큼의 열정을 아니지만 지금도 달리기를 하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달리기가 좋아서 시작하지는 않는다. 하고 나니까 좋은 것이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극도의 쾌감은 잠시뿐, 몸의 곳곳에서 지르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나아간다. 그래도 마치면 좋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달리기다.


달리기를 삶과 비교하면 어떨까.

나의 마지막은 그렇게 좋을까? 마지막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이 트랙이라 그냥 달려야 하는 건가?

아직도 난 달리기를 하면서 바람을 느끼는 법, 발로 지면을 느끼는 법, 나의 온몸이 내는 소리를 듣는 법을 모른다. 그저 끝을 보며 달려갈 뿐이었다.


최근 여러 권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공통된 작가들의 생각이 있었다. "지금을 살아라 - 그것도 행복하게"

우리는 마치 내일이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간다. 오늘의 수고와 피나는 노력들이 쌓여 내일에 영광을 누리리라.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늘의 수고와 노력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야 하고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신선한 충격이 있었다. 평소 독서량이 부족했던 나는 에세이라면 뭔가 작가의 삶에서 철학과 교훈이 넘쳐 나와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작가의 자세는 매우 진중해야 하고, 작가는 모든 고난과 역경을 뚫고 독자가 생각하지 못한 성인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또 전해야 하는 사람. 하지만 김연수 작가는 껄렁껄렁한 대학교 선배 형처럼(실제로 이런 형들 많았음.) 솔직하고 가볍고 재밌게 삶을 전달하였다. 정말 좋았다. 언젠가는 삶을 글로 나누고 싶은 내게 큰 가르침이 되었다.

세상의 고난이란 고난은 다 겪은 것처럼, 마치 그것이 훈장인 양 '세상의 모든 고민은 내게로 와라~ 내가 상담해 주마!'라는 거만한 내 모습을 깊이 반성한다.(하지만 정말 힘든 시기를 넘기긴 했다. 진짜다. 믿어 달라.)

누구나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그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느 누구도 100% 이해란 없다. 그냥 옆에서 들어주며 한 생명체 뭔가가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 위로면 충분한 거다.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많은 좋은 사람들을 내 옆에 주셔서 감사한 인생이다. 멋진 인생보다는 추억을 쌓는 인생을 계속하여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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