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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하루 - 사람에 대한 이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by 하이브라운

직장생활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일들과 거기에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들이 생긴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오늘은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이 필요하여 글을 쓰려고 한다.

처음 글쓰기 활동의 목적은 내 생각이나 감정을 타인과 나누고자 한 것이었는데,

오늘은 글을 쓰면서 마음이 정리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써 본다.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일반적인 회사에 빗대어 쓴다.)

내가 직장은 순환근무 형식이다. 일정 기간을 채우면 다른 장소, 다른 부서 등의 이동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내가 속한 부서는 다른 부서보다 업무 강도가 약하다고 판단되어 2년의 기한이 있다. 2년 후에는 필히 다른 부서로 이동해야 한다. 작년부터 이 부서의 부서장을 맡았고 부서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18명이 있다.

부서 내에서 각자의 능력과 사정에 맞게 1년간 맡은 업무를 한다. 그 자리를 결정하는 것은 직장의 관리자지만 대부분 부서장에서 위임하고 최종 결정만 그들이 한다.

업무를 결정할 때 부서원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부서원 18명의 사정은 모두 다르다. 2살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은퇴를 바라보는 고경력자, 경력이 2년 미만의 저경력자, 지난 부서에서 큰 상처를 받은 분, 신체적 장애가 있으신 분, 직장생활과 함께 박사 학위를 준비하시는 분, 지병에 있어서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 등. 한 사람도 같은 사정이 있는 경우가 없다. 그러한 것들은 종합하여 최적의 위치에 배치를 하였고, 업무를 조정하였다. 배려를 많이 받은 사람들이 있고,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나왔다.


오늘의 일은 작년부터 본인의 사정을 크게 어필하며 업무 상 많은 배려를 받은 사람들이 조정을 요구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작년에 같은 업무를 하던 사람으로부터 도움과 혜택을 받으면서 잘 지냈는데, 본인이 담당자가 된 올해는 한 달이 지나니 불편함을 말한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다.

더 어려운 일들을 2년 동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직도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는데.

사유를 들어보니 개인적으로 불편한 것들도 있었지만 우리 직장 설립의 근본 이유인 고객과 관련된 이유도 있었다.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근본이 흔들리면 안 되기에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라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현 직장에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모나지 않은 성격이라 전 부서에 친한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고,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많아졌다. 직장을 옮긴 후에도 연락하는 사람들도 많다. 늘 부족하지만 세상적인 계산으로만 살지 않으니 사람이 남는 것을 느낀다.

모든 사람과 친해지고 싶었다. 사람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당연히 적을 두지 않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의 편을 만들고자 하는 성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미래의 두려움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감의 어떠한 부분이 부족해서인가?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지난날의 개인적인 인생 고난 때에 많은 관계를 정리했는데 말로만 내게 더 유익하고 괜찮다고 했던 것인가? 그때의 상처가 있어서 대비하는 것인가? 답은 모르겠지만 위의 내용 중에 있는 듯하다.


관계에 집착하거나, 관계를 위해 에너지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과 화평하게 지내고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동일하다. 사람은 누구나 연약하며 부족함이 있고, 더욱 연약한 사람들은 불쌍히 바라보며 따뜻하게 대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확실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의 내면의 상처나 부족함을 찾지 못했을 때, 내 가치관에 완벽히 부합하는 삶을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인 것은 글을 쓰면서 생각들이 정리된다는 것이다. 마음도 차분해져서 처음 가졌던 생각을 상기하며 반성하게 된다. 글쓰기가 이런 매력이 있구나.


오늘 여러 일이 있었지만 생각하며 글을 쓰고 정리할 수 있음에

나의 부족함을 반성할 수 있음에

내일을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매우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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