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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Feb 12. 2017

[영화 리뷰] - <재키>

답답하리만큼 정갈한 쇼트 안에서 버텨야 했던 그 무게들

  역사의 중요한 순간, 혹은 중요한 사람 곁에서 언제나 함께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잊혀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그 중 가장 유명한 일화가 아닌가 싶다.(물론 이 에피소드야 워낙 유명해져서 이젠 모두가 살리에르를 알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많이 선택하고는 한다. <재키>의 주인공도 이름에서 시사하듯 그런 인물이다. 세상에 큰 충격을 안긴 대통령의 암살, 그리고 남겨진 그의 부인. 모두가 주목했던 대통령이 아니라 영부인 재컬린 케네디에 집중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녀가 버텨야 했던 무게감을 영화를 통해 멋지게 구현해낸다.

  영화는 재키[나탈리 포트만 분]의 고군분투, 혹은 트라우마를 다루는 영화다. 그런데 영화의 미장센에서 흐트러짐이 보이는 모습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과도하게 깔끔하고 질서정연해보인다. 재키도 마찬가지로 그 프레임 안에서 최대한 흔들림 없이 살아남으려 한다. 보통 영화의 2.35 : 1이나 1.85 : 1의 화면비가 아닌, 1.66 : 1에서 1.33 : 1의, 가로를 대폭으로 한정한 프레임 안의 그 모습들은 답답할 정도로 오밀조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재키에게 주어지는 공간을 대폭 한정한다.(당장 아래에 있는 두 스틸컷만 봐도)

  거기에 표현의 강도를 점점 강하게 끌어올린다. 영화의 시각적인 규모가 점점 강해지는  가장 대표적으로는 극의 초반에 등장한 케네디 대통령 암살 씬과 후반에 등장한 케네디 대통령 암살 씬이 각각 어떻게 표현됐는 지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도 거의 없는데다가 영부인으로서 버텨야 했던 백악관의 무게다. 그런 표현에 나탈리 포트만의 뛰어난 연기, 비교적 담담하지만 걸걸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고생의 흔적, 말이 아닌 표정으로 힘든 순간들을 드러내는 깊은 연기가 상황과 재키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작한다. 영화의 내용은 그 자체로 기억을 더듬어 가는 것이다. 극 중 등장하는 재키의 몇몇 대사들로도 유추해볼 수 있지만 영화는 개인의 싸움인과 동시에 후대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그 일가로서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 이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로서 행동이 이어진다. 덕분에 영화의 화제는 몇몇 이벤트에 집중한다. 백악관 TV 출연이나 대통령 암살, 장례식과 같은. 덕분에 사실상 영화가 흐름이 있는 이야기로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뛰어넘을만한 이미지와 메시지로 충분히 커버를 해낸다.

  앞서 말한대로 단점도 있고 막상 영화를 보면 엄청난 걸작이다 이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가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정말 충실한 작품이었다. 이야기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기보단 인물과 메시지를 확고히 해놓은 다음 이를 바탕으로 플롯을 구성한 느낌이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하게 전달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그래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더더욱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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