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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Feb 12. 2017

[영화 리뷰] - <딥워터 호라이즌>

재난은 그 자체로 재난이다.

  2010년, 최악의 해양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멕시코 만에 있던 BP 사의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호'에서 폭발이 일어나 시추 파이프가 부러지면서 원유가 바다로 유출됐다. 피터 버그 감독의 신작 <딥워터 호라이즌>은 제목이 드러내듯 그 당시 폭발 사고 상황을 다룬다. 영화의 예고편을 봤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작품이 있으니 피터 버그 감독의 전작 <론 서바이버>였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론 서바이버>는 마치 전쟁터 한복판에 있는 현장감을 살린 연출로 호평받은 작품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우리가 마치 시추선 안에 있는 것과 같은 체험을 시켜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기대 이상의 체험이었다.

  사실 드라마적으로 첨가를 하려면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많았다. 사고의 규모도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시추선 자체도 크기가 상당히 크다. 충분히 탈출 과정에서 인물들의 희생이나 죽음을 강조하는 등 에피소드를 만들 수가 있었다. 등자 그리고 이 사고는 여타 할리우드 재난 영화와는 다르게 사람으로 인한 재난이다.(안타깝게도 한국 재난 영화는 대부분이 인재...) 누구의 책임인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선택한 길은 번갈아가며 캐릭터들의 시선을 빌려 당시 시추선 상황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었다. 덕분에 직원들 간의 갈등, 캐릭터 각각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 극의 진행 상황 등 영화가 설명해야 할 많은 것들을 흐름에 맡겨 술술 해낸다. 해당 요소들 중 특별하게 강조된 이야기는 없지만 그렇다고 놓치는 이야기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어떤 특별한 점의 강조 없이, 그 현장을 지켜보는 것 마냥 전반부가 흘러서 그런지 후반부, 재난이 터졌을 때의 위압감과 공포감은 압도적이다. 이는 단지 시청각적으로 구현해낸 재난의 규모에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이때도 각 캐릭터의 시선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재난을 그린다. 기술이 구현한 사실적인 재난에 현장에 있는듯한 연출을 더해 만든 결과물이다. 여기서 우리가 재난 영화를 바라보며 잊고 있던 사실이 하나 떠오른다. 재난 영화에 있어서 비교적 소박한 작품은 없었다. 오히려 점차 자극적인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세계를 재난으로 파괴했으며 각종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 혹은 좀비화를 다룬 작품도 많았다. 하지만 재난은 어떤 수식이 붙지 않아도 그 자체가 재난이다. 피터 버그 감독은 이 기본에 충실하여 어떤 수식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 결과는 다른 어떤 자극적인 소재보다 더 강렬한 재난의 목격과 체험이었다.

  영화 속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유독 많이 보인다. 나 살기도 바쁜데 다들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본다면 꽤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고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상적인 모습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직접 체험하는 정도의 관람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들의 영웅적인 면모와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애도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생각한다.(물론 세월호 사건의 영향도 없진 않을 것이다.) 재난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이것을 바탕으로 피터 버그 감독이 이 영화에서 해낸 것은 꽤 많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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