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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16. 2017

[영화 리뷰] - <나는 부정한다>

어찌 보면 깔끔한, 어찌 보면 조금 밋밋한

  2차 대전에서 독일의 나치가 비판받는 이유야 여럿 있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가 아닌가 생각한다.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사라의 열쇠> 등 많은 영화에서도 소재로서 등장하기도 했으며 그 이야기는 이야기로서도 굉장히 잔혹하며 애절하다. 수 많은 생존자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시대에서 그 진실이 부정될 뻔 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사건이다. 실제 있었던 재판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나는 부정한다>는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의 이야기이자 홀로코스트를 거짓말이라 하는 부인론자들과의 대결을 다룬 영화다. 재판이 주된 영화의 소재인 만큼 이성적으로 사건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쳐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을 쳐냈기에 영화적으로는 조금 밋밋한 작품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인물 간의 갈등 구조를 첨예하게 가져간다. 가장 큰 틀에서는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 분]와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 분]이 갈등을 이루고 있으며 동시에 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서 데보라는 변호인단과 갈등한다. 그 첨예한 갈등의 관계 속에서 데이빗은 확실한 적으로서의 존재감을, 데보라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감정적인 균형을 잡고 변호인단은 이에 대한 이성적인 균형을 맞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굉장히 깔끔하게 홀로코스트가 실존했음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요 홀로코스트의 잔혹함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해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감정과 이성의 완벽한 줄다리기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의 주인공이 데보라인 만큼 영화는 감정과 이성의 균형이 5:5로 그려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화 내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성적인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해결되는 재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거부당하는 것이 데보라고 재판은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홀로코스트 부인에 대한 분노를 동반하는 작품이기 때문에(데보라의 입장이 그러하니) 이성적으로 전진하는 이 작품에서 두 태도의 불균형은 영화가 확실한 색채를 띄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며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극적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굉장히 깔끔하게 만든 영화다. 사족이 될만한 군더더기들을 최대한 쳐낸 모습이 좋았으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도 성공적이다. 하지만 애매하게 들어간 다른 요소들과의 충돌, 혹은 분량의 분할로 인해 영화가 굉장히 심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 속의 데보라는 가장 주체적임과 동시에 무력함을 주는 캐릭터였고 그래서 영화가 더욱 심심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한국 영화에서도 종종 보이지만 의도가 영화를 판가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가 그 의도를 따라가지 못해 아쉬운 작품이 꽤 많다. <나는 부정한다>도 그 축에 들어가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나는 부정한다>는 괜찮은 작품이었고 영화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의 성과는 이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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