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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19. 2017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더 틀리다

홍상수, 그리고 <불한당>

※이 글은 영화를 하나의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작성한 글이며 언급된 인물들이 저지른 잘못의 무게를 따지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제작 중심의 할리우드의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보편화가 되긴 했지만 유럽의 감독 중심의 연출론 역시 할리우드 시스템과 영화판에 공존하고 있다. '감독의 예술'로 일컬어지는 영화인만큼 감독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상당히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요즘은 영화의 제작 과정을 넘어 영화 외적으로도 그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진 것 같다.

  작년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스캔들은 단연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스캔들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굉장히 놀랐다. 홍상수 영화가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던 작품들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큰 스캔들이 될 줄이야. 그런데 그 사실을 막론하고 비난 여론이 들끓는 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이 향후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끼칠 지는 의문이다. 앞서 말했듯, 홍상수 영화는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려 하는 감독이 아닐 뿐 더러 이 논란이 있든 없든 그의 영화를 관람할 관객들은 있다. 어찌 됐든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감독이니 만큼 팬들도 많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평론가들은 한국 영화의 한 역사로서, 잘 만든 한 편의 영화로서 그의 작품을 관람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불한당>의 경우 얘기가 살짝 다르게 흘러가지 않나 생각된다. 모두가 알고 있듯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선 기간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거나 타 작품을 비난하고 그 외 여성 및 지역 차별적인 발언을 SNS상에서 했고 해당 SNS 계정의 주인이 변성현 감독임이 밝혀지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네티즌이 반응은 당연히 비난 일색이었고 '그의 작품을 보지 않겠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었다. 물론 홍상수 감독도 마찬가지였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 타격은 변성현 감독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출처 : 좌) 조선일보, 우) 일간스포츠


  아시다싶이 <불한당>은 상업영화다.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한들 비경쟁 부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고 해당 부문은 잘 만든, 재미있는 상업 영화들이 주로 초청을 받는 자리이다. 그 얘기는 좋든 싫든 <불한당>은 불특정 다수 대중과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다. 이를 제작하기 위해 제작자와 투자자 등 많은 이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고 그 이해 관계가 원만히 해결되려면 관객이 관람하여 수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의 적절치 못한 언행은 그 수익을 감소시킬 여지가 상당하고 이는 감독의 향후 커리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변성현 감독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회사가 얼마나 될 것이며 설령 제작이 된다 한들 관객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질 지는 의문이다.

  홍상수 감독도 비슷한 선언(?)을 대중으로부터 받았지만, 어차피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는 영화가 아니다. 향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인터넷에서 선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봐오지 않은 사람들이고 이 사건이 없더라도 앞으로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차피 홍상수 감독의 타겟 관객층이 아니었으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든든한 매니아층과 해외의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는, 이미 신뢰도를 확보한 영화다. 반면에 변성현 감독은 자신의 타겟 관객층을 등 돌리게 만드는 행위를 한 셈이나 다름이 없으며 이제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단계에서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홍상수 감독이 더 나은 사람이냐, 그것은 또 아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잘못된 행동을 했고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다만 같은 영화계의 인사, 영화의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몸을 담는 곳에 따라 그 타격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앞서 변성현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향후 제작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추측도 빗나갈 수도 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감독들이야 전세계를 막론하고 어디든지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직까지 그들이 활동하는 케이스도 쉽게 찾아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영화는 대중과 소통하는 만큼, 특히 상업 영화는 더더욱 많은 범위의 대중과 소통을 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변성현 감독에게 타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 타격은 오히려 전국민적인 비난 여론을 형성했던 홍상수 감독의 스캔들이 홍상수 감독에게 가했던 타격보다 더 큰 타격을 가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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