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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01. 2017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를 다시 봤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를 다시 봤습니다. 이전에 봤을 땐 끊어서 본 것이기도 하고 관람한지도 오래 되어 크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던지라 이번에 다시 본 게 제대로 된 첫 관람이라 생각이 드네요. 더군다나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보고난 후의 관람이라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으며 아무래도 리메이크와의 비교가 주된 관전 포인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리메이크와 원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야기입니다. 원작과 리메이크를 모두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할리우드의 <공각기동대>는 메이저의 이야기를 개인사로 끌고갑니다. 아무래도 원작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쿠사나기라는 이름을 끌고 와야 했고 일본인이 아닌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는 메이저에게 전사를 통해 쿠사나기의 이름을 부여하는 방법밖에는 없겠죠. 하지만 원작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사뭇 다릅니다. 공안 9과의 인물들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오직 영화 속 상황에 집중하고 그 상황에서 파생되는 질문에 집중합니다. 인형사의 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형사는 영화속에서 사회적인 의미만을 부여받는 반면 실사판의 동일 캐릭터 쿠제는 메이저와의 연관성을 개인적으로 부여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과 두뇌까지 제작됐다고 봐야 하는 인형사, 그리고 비슷한 처지로서의 쿠사나기와의 만남이 갖는 철학적 고찰은 많이 사라지고 둘은 개인적인 사이가 돼버립니다.

  실사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가장 큰 무기인 철학적인 고찰과 그 무게감이 개인사로 넘어가면서 상당수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개인사를 위해 이야기를 추가하게 됐는데 늘어난 러닝 타임은 25분 가량이 됩니다. 하지만 기존의 이야기 구조에 추가적으로 덧붙이다보니 오히려 이는 사족이 되었고 컴팩트하던 이야기가 늘어지는 감이 없지도 않습니다. 원작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집중하는 것을 달리 한다는 게 영화의 가장 큰 힘을 제거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공각기동대>의 실사화는 힘든 프로젝트였을 것입니다. 지금봐도 세련된 비주얼을 실사로 구현하는 것이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가능하다고 쳐도 짧은 러닝타임에 핵심만 딱딱 채워놓은 이야기를 재구성을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구조는 같게 가져가되 포인트를 달리 가져가는 것은 원작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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