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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ul 03. 2017

<군함도>에 관한 영화 외적 쟁점들

  2017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군함도>가 7월 26일 개봉을 확정 지으면서 개봉까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전작 <베테랑>으로 천만관객 대열에 올랐고 <부당거래>, <베를린>으로 대중과 평단의 지지와 더불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짝패>등을 통해 매니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으며 영화가 선택하는 소재와 규모때문에 벌써부터 천만 관객이 점쳐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군함도>가 영화 외적으로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쟁점들에 대해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1.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


   일제강점기는 우리 나라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긴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일본에 분노하고 있으며 한국에 있는 반일감정의 근원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의 일본에 기인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소재로서 일제강점기가 다뤄진 적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가 아픈 역사를 영화로 활발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아직까지 그렇게 화제가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독재정권 시기와 북한의 도발, 6.25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단죄를 원하는 작품은 꽤나 많은데(<26년>, <화려한 휴가>, 수 많은 6.25 전쟁 영화들, <연평해전> 등) 일제강점기를 다뤄, 특히 그 당시의 아픔을 다뤄 대중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조정래 감독의<귀향>, 이준익 감독의 <동주>와 최근의 <박열>정도밖에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아가씨>는 이에 대한 아픔까진 아니니 패스) 그 외 소재의 작품들이 약 10년 가량 전부터 꾸준하게 나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일제강점기에 대한 영화적인 담론은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자본의 출처가 독립자본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귀향>의 제작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는 조정래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이것이 느껴지고요.

  <군함도>는 <암살>과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감독과 배우들이 나서서 만든 작품입니다. 특히 <암살>은 장르적인 색채에 역사적 의의를 덮은 작품이라면 <군함도>는 좀 더 직접적으로 아픔을 겪었던 장소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과연 <군함도>가 일제강점기에 대한 담론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2. 225억, 270억


   예고편에서도 보이듯 <군함도>는 얼핏 봐도 엄청난 규모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실제 제작비를 확인해본 결과 숫자로도 상당한 제작비를 자랑하는데요, <군함도>의 순 제작비는 225억, 마케팅 등의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270억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집계된 손익분기점은 대략 800만 명 정도로 굉장히 높게 잡히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 한국영화를 통틀어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제작비인데요, <군함도>의 제작비는 <설국열차>(438억), <디워>(300억), <마이웨이>(280억)에 이어 한국영화 4위의 제작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미스터고>(225억)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특히 해외 수출을 의식해 외국어가 사용되거나 외국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하거나 혹은 제작진이 직접 참여한 위 네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송중기, 소지섭이라는 배우가 기용된 순간부터 제작사, 배급사에서는 해외 판매를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재 자체가 가지는 민감함과 특수성 때문에 특히나 국내에 주목하게 될 것 같네요.

  블록버스터가 하나 엎어지면 하나 망한 것으로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규모가 크고 관심을 많이 받았을 때 엎어진다면 한국 영화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수비적으로 할 수가 있기 때문이며 대규모 영화에 대한 기획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대중적으로 지지를 받는 감독들에게만 투자가 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활발한 투자를 기대해볼 수도 있죠. 비록 <군함도>는 류승완이라는 대중적 지지를 받는 감독의 작품이라 설사 엎어진다고 하더라도 류승완 감독은 다음 작품도 100억 원 대에서 찍을 수야 있겠지만(그리고 손익분기점은 넘길 것 같다는 예상이 강하게 들고) 이 영화가 향후 한국 영화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지 기대됩니다.

3. 투자/배급 : CJ 엔터테인먼트


  2번 항목과 연관지어서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군함도>는 CJ가 배급을 맡은 작품이며 제작비 대부분을 직접 투자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한 만큼 CJ는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겠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제작비도 어마어마한 만큼 영화는 어떠한 방식을 통해서라도 관람객을 동원하려 할 것이고 계열사에 CGV가 있는 만큼 이는 스크린 독과점으로도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기존 CJ 영화들은 모두 스크린 독과점 의혹을 피해갈 수가 없었죠. 물론 대규모 영화가 개봉하고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면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스크린을 다수 내주기는 하지만 계열사를 통한 독과점 역시 항상 있었습니다. <군함도>가 개봉하면 아마도 CGV의 스크린 대다수가 <군함도>로 몰리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이 문제는 최근 <옥자>의 케이스와 겹치게 됩니다. CGV는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옥자>의 상영을 거부했고 이에 대한 이유로는 <옥자>의 유통 방식, 극장과 2차 시장(=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에 동시에 영화를 공개하는 방식은 영화의 생태계를 해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발언에서 많은 이들은 만약 <옥자>의 국내 배급을 CJ가 맡았다면 아마 스크린을 <옥자>로 도배하지 않아을까 하며 추측했습니다. 다시 <군함도>로 돌아오죠. 어쨌든 CGV는 영화의 생태계를 운운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은 <옥자>의 사태와 맞물려 더욱 커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개봉 전에 어떤 이야깃거리나 논란을 낳든 <군함도>는 많은 관객들에게 7월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이며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팬이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중과 평단,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인 만큼 이 작품의 개봉과 흥행 여하에 따라 한국 영화에 끼치는 영향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 궁금하며 가능한한 긍정적인 영향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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