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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ul 03. 2017

[스포일러有] 쿠키 영상 활용의 새로운 지점

<옥자>를 통해서

본 포스팅은 영화 <옥자>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보통 쿠키 영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자주 활용한다. 그 이유는 속편에 대한 암시나 팬 서비스 혹은 코미디가 주된 내용으로 시리즈가 장기화될 여지가 많은 블록버스터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쿠키 영상으로 유명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만 봐도 그러하다. <아이언맨> 시리즈는 쉴드와 어벤저스의 등장을 예고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향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어벤저스> 시리즈에 대한 예고를, <어벤저스> 시리즈는 최종 보스 격인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의 등장을 꾸준하게 예고해왔다. 또한 <어벤저스>의 슈와마 회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춤추는 그루트[빈 디젤 분]는 다분히 팬 서비스 혹은 코미디라고 봐야 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한정했지만 대다수의 쿠키 영상들이 이러하다. 정리를 하자면 쿠키 영상은 영화 본편을 건드리지 않으며 추가적으로 넣는 요소이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옥자>의 쿠키 영상은 조금 특이하다. 결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미자[안서현 분]는 할아버지 희봉[변희봉 분]이 준 금돼지로 옥자를 사고 옥자는 지옥같은 돼지 공장에서 새끼돼지 한 마리를 입에 숨겨 데려오게 된다. 그리고 다시 강원도에서 옥자와 함께 살게 된다. 분명 해피 엔딩이라면 해피 엔딩이고 사건이 끝났다면 끝난 것이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느낌이 남는다. 당연히 이전 시퀀스인 공장 시퀀스와 이어진다.

  항상 사회를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봉준호 감독의 특성상 필자는 <옥자>의 결말을 미시적인 관점과 거시적인 관점으로 나누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미자와 옥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이 이야기는 재회와 회귀를 통해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이 굉장히 소소하게 끝나지만 그 마무리가 식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식사, 특히 가족끼리의 식사는 일상적으로 회복, 보충 등의 긍정적인 느낌을 가지며 봉준호 감독의 작품 안에서는 이러한 의미로 더더욱 많이 사용되곤 했다. 미시적으로 봤을 때는 결론이 난 이야기고 나름대로 깔끔한 마무리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는 완전히 닫은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미란도 회사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와 미자, AFL(물론 그 둘을 무조건적으로 한 데 묶는 것도 무리가 있다)를 비롯한 동물의 존엄성을 지키는 한 무리가 갈등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 이야기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은 이유는 비록 새끼 한 마리를 탈출시키기는 했지만 고기 공장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도 시퀀스로 넘어오기 직전의 컷들을 생각해보면 공장이 갖는 이미지는 사실상 지옥이나 다름이 없다. 이 공장이 건재하는 한 이 영화가 완전한 해피 엔딩을 갖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엔딩이 갖는 그 모호한 느낌, 그 속에서 작게나마 느껴지는 희망의 느낌은 굉장히 봉준호 감독스럽다고 생각했다.(그의 작품들이 갖는 결말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가졌고 특히 그 구조상으로는 <괴물>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전작들과의 차별점인 밝고 가벼운 분위기인 <옥자>를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이질감이 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찝찝함을 영화가 완전히 끝난 후인 쿠키 영상에서 해소시켜준다. 쿠키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도소에서 막 나온 제이[폴 다노 분]와 케이[스티븐 연 분]이 버스에 타 AFL멤버들과 시위에 나간다. AFL에 서울에서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트럭을 운전하던 김군[최우식 분]이 합류하고 이 시위는 캐나다에서도 참가자가 합류하는 등 대규모의 시위가 될 것을 예고하고 막을 내린다. 이 쿠키 영상이 정말 잘 활용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쿠키 영상 자체의 재미와 센스, 두 번째는 영화의 본편에서 못했던 이야기의 마무리, 세 번째는 감독의 스타일을 지켜내는 데 성공해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짧게 등장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를 재등장시킨 쿠키는 영화 전체를 아울러서 가장 강력한 코미디였다. 물론 김군이 뉴스 화면에서 말하던 것들도 웃겼지만 재등장 자체가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리고 버스 안의 상황(모두가 복면을 쓰는) 자체도 꽤나 재치있었다.

  두 번째는 앞서 말한 요소에 더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물론 이번에도 완전하게 결말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지 새끼를 구출해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영화 본편의 거시적 이야기에 해결될 여지를 강하게 남겼다. 그러지 않고서야 시위 자체와 그 시위가 대규모일 것이라는 언급을 할 필요가 없다. 시위가 성공할 지 아닐 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절망적이라 생각될 수 있는 싸움에서 관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필요한 마무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은 앞서 언급한 이야기와 두 번째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희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박한 곳에 있다. 보통 식사에서 그 의미를 찾는 이유도 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영화의 본편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시킨다면 애초에 모호할 경계가 없으며 일상으로 회귀를 한다고 해도 전혀 그 모호함 속의 실낯같은 희망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그냥 그 자체로 거대한 희망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영화의 본편에서는 지옥같은 상황 뒤에 마지막 강원도 시퀀스를 배치함으로써, 분명 해피 엔딩이지만 어딘지 모를 씁쓸함과 함께 작은 희망과 위안을 느낀다. 쿠키 영상도 마찬가지. 영상 자체가 영화 본편에 부가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보여주는 것은 시위 자체, 혹은 시위가 성공해 바뀐 세상이 아닌 시위로 가는 과정, 그것도 버스 안에서의 짧은 대화다. 앞서 말했듯 이 시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모르지만 희망을 암시한다. 물론 영화 본편, 혹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보다 더 강한 희망의 암시이기는 하다. 그러나 쿠키 영상에서도 봉준호 감독은 본인의 성향을 완전하게 버리지 않고 이어나간다. 쿠키 영상까지 아우르는 영화의 완결성을 지켜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접해왔던 쿠키 영상들은 그저 단순한 웃음 거리, 속편에 대한 기대, 혹은 기분 좋은 팬 서비스라고 생각됐다. 그 만큼 단발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본편과 이어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고 생각된다. <옥자>가 보여준 쿠키 영상은 지금까지의 쿠키 영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물론 이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옥자>역시 거대한 세계관과 첨예한 캐릭터를 갖고 있었기에 이런 쿠키 영상이 가능했던 것이고 대부분 쿠키 영상을 사용하는 영화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지금까지의 쿠키 영상 공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옥자>가 보여준 것은 새로운 활용이었으며 그 활용이 정말 뛰어났음을 생각해본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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