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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Sep 05. 2017

[영화 리뷰] - 베이비 드라이버

절정의 리듬감 하나만으로도

  대중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 많은 매니아를 양성하고 있는 영화 감독들이 꽤 있다. 에드가 라이트도 그 중 한 명이고 필자가 상당히 사랑하고 존경하는 영화 감독이다.(오죽하면 필자가 첫 연출을 한 단편 영화의 중요 래퍼런스 두 작품이 그의 전작 <뜨거운 녀석들>과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였으니) 특유의 코미디 센스와 그에 걸맞게(?) 폭력을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며 영상을 리드미컬하고 빠르게 이어나가는 힘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장점이며 그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다싶이 한 영화적 특징이다. 그의 신작 <베이비 드라이버>는 꽤 독특한 지점에 있는 영화다. 영국에서 주로 작업을 하던 감독의, <스콧 필그림...> 이후 두 번째로 미 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고 본인의 장점을 모두 찾아볼 수 있으면서도 전작들과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는 작품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팬이라면 그러한 지점들을 짚어가며 영화를 보는 맛도 있겠지만. 그러한 영화적 특징은 뒤로 미루더라도 <베이비 드라이버>는 아주 죽여주는 영화다.

  영화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찰진 대사와 코미디, 케이퍼 무비가 갖는 장르적 재미와 시원시원한 액션, 사소한 것까지 아주 매력적으로 설계된 모든 캐릭터들. 그러나 이러한 수 많은 장점들을 고려하지 않아도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리듬감이다. 음악을 염두에 두고 연출된 영화나 시퀀스는 꽤 있지만 이렇게 음악을 잘 이용하고 음악적으로 영상이 연출된 작품도 드물지 않나 생각된다. 총성, 자동차의 소리, 충돌과 파열음, 엘리베이터 소리와 대사 등 액션의 소리부터 일상적인 소리까지 모두 음악과 결합해 영화는 템포를 한껏 끌어올린다. 특히 사용되는 노래가 기존의 노래들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운드 트랙을 듣는 듯한 부드러운 리듬으로 러닝타임을 빠르게 주파하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노래의 박자에 맞춰 영화가 빠르게 나아가다가 순간순간 엇박으로 나아갈 때가 있다. 진지한 대사 중에 애니메이션을 언급하거나 범행 시퀀스에서 노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행을 잠시 멈추거나 긴장되는 순간에도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이러한 엇박들을 통해 코미디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요 빠르게 내달리는 영화를 깔끔하게 환기하고 변수를 제공함으로서 영화에 계속해서 색다른 공기를 불어넣는다. 상황적으로 엇박이 등장할 때도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대사가 이 사이사이를 채워넣는데 에드가 라이트의 찰진 대사 솜씨도 어김없이 확인할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영어 자막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고싶다.)

  영화에는 정말 팔색조같은 매력이 있다. 우선 가장 처음에 들어오는 것은 영화를 장악하고 있는 리듬감이고 그 다음에는 대사와 캐릭터가 보이며 자세히 보면 한 컷 한 컷 정말 잘 연출되고 촬영됐으며 그것이 잘 이어졌음을 느낀다.(음악이 없는 장면에서도) 메시지적으로도 굉장히 무난해 이 영화를 순도높은 오락 영화로 봐야 하겠지만 단순한 오락 영화로 치부하기엔 이 영화가 거둔 영화적 성취가 너무나도 뛰어나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 걸리는 것은 <뜨거운 녀석들> 이후 10년만이다.(<스콧 필그림...>과 <지구가 끝장나는 날, The World's End>가 국내에 개봉하지 않았음으로...) 개봉이 결정되어 정말 감사하고 개봉하면 다시 보고싶을 만큼, 너무나도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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