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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Sep 07. 2017

[영화 리뷰] - 킬러의 보디가드

컨셉은 그렇게 쿨하면서

  영화의 소재나 컨셉만으로도 관객을 확 잡아당기는 작품들이 간혹 있다. 각본이 작성된 후 캐스팅이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디가드가 킬러를 보호한다는 설정, 그리고 그 캐스팅이 <데드풀>과 여러 작품에서 '한 말빨' 했던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이라니. 이미 시작부터 어긋난 상황과 두 배우가 갖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듯한 모습을 담은 예고편, 믹 잭슨 감독의 유명한 <보디가드>를 패러디한 포스터 등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쿨하고 정신나간(!) 컨셉은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영화 본편 역시 컨셉이 갖는 재미를 충분히 살려낸다. 다만 그 만큼 사족이 더 붙어버린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지만.

  이 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두 가지 가장 큰 요소는 단연 액션과 코미디이다. 보디가드가 킬러를 지킨다는 아이러니에서 나오는 코미디와 두 캐릭터의 직업적 특성상 나오는 액션인데, 이 부분이 잘 살아있는 장면은 분명 많다. 노래를 부르며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 분]를 비꼬는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 분], 혹은 수녀님과 있는 상황, 차에서 튕겨져 나가버리는 마이클과 그 이후 대화, 전쟁통과 같은 상황을 뒤로 하고 의뢰인이 죽어버렸으면 한다는 한탄을 하는 대사 등, 어울릴 수 없는 상황과 캐릭터의 부정교합과 이를 뒷받침하는 찰진 대사들, 그리고 그 이미지에 걸맞는 배우들이 만나 유쾌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액션은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의 액션 시퀀스들은 총격전, 카 체이싱, 근접 격투 등 할리우드의 아날로그 액션이 갖는 에너지를 잘 살려내고 있으며 특히 암스테르담 추격전은 영화의 액션과 유머가 갖는 매력을 아주 잘 보여주는 시퀀스라 생각한다.

  하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영화가 정말 아쉽다. 영화는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며 당연히 연출도 보편적인 방법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제 주제를 살려내는 깊이가 중요한데 <킬러의 보디가드>는 주제의식에 접근하는 깊이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주제와 동떨어진 상황(액션, 코미디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을 이어가야 하는데 그 영화는 그 연결고리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설상가상으로 영화의 후반부는 어떻게든 상황을 이어가려 하기 때문에 강도가 센 장면들이 엇박으로 이어지고 덕분에 끝날 것 같다 싶은 영화가 질질 끌리는 느낌을 준다.

  쿨한 컨셉을 가진 영화고 분명 그것을 살려내는 방법도 아는 영화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는 영화가 전혀 쿨하지 못했다. 이야기에 미련을 가진 듯 억지로 연장시키려는 시도는 아쉬웠고 영화에 기대한 정신나간 코미디와 액션은 어느 순간부터 영화의 단점에 가려져 그 재미가 덜해진 느낌이 강하다. 애초에 넓은 대중들을 노리는 식이 아니라 R등급의 영화가 될 것이었다면 더 정신나간 영화가 돼서 컨셉만큼 쿨하게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훌륭한 사례인 <데드풀>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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