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더 테이블

공간의 제한이 이야기와 화면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by 조신익
ex1.jpg
ex2.jpg

재작년, 독립 영화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들은 <최악의 하루>를 쉽게 잊지는 못할 것이다. 하루의 시간동안 남산이라는 비교적 제한된 공간에서 두 남녀가 겪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두고서도 굉장히 아기자기하게 다양한 사건들을 배치한 좋은 영화였다. <최악의 하루>를 감독한 김종관 감독의 신작 <더 테이블>은 전작에 있었던 시공간적 제한을 강화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많은 방법들을 사용해보고자 하는 작품 같았다. 이야기는 분절적으로 변했고 각 에피소드마다 갖는 영상적인 테마도 얼추 비슷해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마치 공간이 제한된다고 해서 이야기와 화면이 제한될 필요는 없다는 듯한 선언과도 같았다.

ex3.jpg
ex4.jpg

우선 네 에피소드를 이루는 기본적인 화면의 원칙은 얼추 비슷하다. 서로의 얼굴을 잡는 샷과 둘을 잡는 마스터 샷, 그 사이의 대화. 하지만 앞서 말했듯 매 에피소드마다 분명한 차별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창 밖에서 바라보는 숏, 그리고 창문에 붙어있는 막대를 통해 그 둘을 갈라놓는 것이 핵심적이라면 두 번째는 그 둘을 타이트하게 잡은 클로즈 업이 영화의 이야기를 깊이있게 만들어준다. 세 번째는 팽팽하게 두 배우를 수평으로 움직이다 부드러운 연결의 클로즈 업으로 돌아와 가짜에서 진심까지 도달하는 순간을 잡아낸다면(비록 완전히 도달하진 못하지만), 네 번째는 첫 번째와 같이 창문 밖에서 바라봐 둘의 거리감을 두지만 그 둘을 쉽사리 갈라놓지 않아 묘한 밀고 당기기를 선보인다. 이렇듯 영화는 미세하게 각 이야기들마다 차별점을 두고 있고 이 차별점을 눈여겨 보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차이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살려주고 있다.

ex5.jpg
ex6.jpg

이야기의 구성도 마찬가지. 완전히 분절적인 이야기로 보이고 그게 맞지만 영화는 최소한의 구조를 갖춰 이야기를 배치한다. 첫 번째와 네 번째가 헤어지는 이야기라면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만나는 이야기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와 네 번째는 기존에 큰 거부감이 없던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이야기라면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이에게 가까워지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영화의 구조는 대칭을 이루며 각 이야기마다 배정받은 시간에 따라서도 그 분위기에 맞춰 이야기가 배치된다.(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가 갖는 시간적 유사성과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갖는 미세한 차이,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를 감도는 햇살은 이야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구조도 구조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쌍의 배우들 모두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고 매 에피소드마다 다채로운 연기가 보이기에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를 훨씬 입체감있게 만들어준다.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의 정은채 배우와 세 번째 에피소드의 김혜옥 배우, 그 중에서도 상황을 연습해보는 대사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7.jpg
ex8.jpg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 낫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분명 <최악의 하루>가 더 아기자기한 면이 있었고 부드러운 흐름이 있었다. 그에 비한다면 <더 테이블>은 꽤나 목적이 분명해보였고 영화적인 통제가 보는 사람에게도 너무 크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한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결과물은 분명 인상적이다. 애초부터 예고를 한 것과도 같지만 김종관 감독은 공간적 제한 속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다양한 영화적 조합을 선보였고 그 시도는 분명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 리뷰] - 킬러의 보디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