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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Nov 16. 2017

[영화 리뷰] - <미옥>

총체적 난국

  영화를 젠더적인 관점에서 깊게 생각해본적이 많지는 않지만 확실히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주연의 영화가 많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오죽하면 명배우 문소리가 스스로 메가폰을 잡아 이러한 실태와 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작품을 연출하고 연기하게 됐을까. 그러한 시점에서 <미옥>은 비교적 반가운 영화이기는 하다. 김혜수 배우라는 강력한 주연을 바탕으로 이선균, 이희준 배우를 조연으로 든든한 출연진을 완성하고, 느와르라는 장르를 통해 강한 여성상을 그려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성 원톱의 느와르를 시도했다는 점,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하고는 장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모든 부분에서 단점을 보인다. 다른 작품에서는 하나만 보여도 눈쌀이 찌푸려질 단점들이 이 영화에서는 무더기로 등장한다. 우선 이야기가 난해하고 설명이 상투적이다. 영화의 주된 갈등 구조가 일어나게 되는 원인이 빈약하고 그 원인인 상훈[이선균 분]과 현정[김혜수 분]의 관계는 상투적으로 그려진다. 영화의 제목과도 이어지는 중요한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설명이 불충분하다. 그렇다보니 어떤 이야기를 해도 영화의 뼈대가 부실하니 계속해서 물음표를 머리에 그리고 영화를 보게 된다. 최검사[이희준 분] 캐릭터도 설명이 불충분해 그저 나쁜 놈 이상의 인상을 주지를 못한다. 영화의 이야기에 변수를 제공하는 꽤나 중요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 액션마저 별로다. 일단 액션 시퀀스 자체가 별로 없는 것도 있지만 액션 자체가 별로다. 액션과 리액션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고 합 자체도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 일례로 영화의 후반부, 현정이 다수의 무리를 상대하는 장면에서 우에서 좌로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단 한 컷을 제외하고는 각 동작마다의 유기적인 흐름이 없다. 그저 '총을 쏜다 or 타격을 가한다 - 칼에 찔린다 or 맞는다'가 단순하게 반복되는 느낌이다. 굉장히 매력적인 공간을 무대로 삼으면서도 그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다. 액션에서 어떤 쾌감이라도 제공했다면 일종의 재미라도 느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떠한 재미도 느낄 수 없었다.

  그나마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띈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김혜수와 이선균은 대단하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다. 빈약한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살려내고 있는데도 영화가 어떤 답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안타깝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 낸 결과물이 아무런 고민의 흔적도 없어보이는 클리셰와 쓸 데 없이 난해하면서 부족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게 더더욱 안타깝다. 비록 <리얼>을 비롯한 몇몇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필자가 올 해 극장에서 본 작품들에 한해서 <미옥>은 최악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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