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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Nov 16. 2017

[영화 리뷰] - <해피 데스데이>

과감하게 설명하면서 설명은 쓸데없이 친절한

  최근 할리우드 호러 영화는 여러 방면으로 성취를 거둬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할 <해피 데스 데이>를 제작한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들의 성과는 꽤나 놀랍다. 제작사의 첫 작품인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한 때 페이크 다큐 장르의 재발견과 호러 영화계에 큰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더 퍼지>, <인시디어스> 등은 시리즈를 이어가며 흥행할 만큼 좋은 성과를 거뒀다. 올 해는 무려 7작품을 발표했는데 굵직한 작품들이 꽤 많다. M. 나이트 샤말란의 <23 아이덴티티>나 조던 필레의 <겟 아웃>은 독특한 소재를 잘 살려낸 연출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아냈다. <해피 데스데이>도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연장 선상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두 작품보다 더 많은 아쉬움이 있기도 했다.

  이 영화는 그리 참신하지만은 않은 세 장르를 조합해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참신함이 느껴진다. <스크림>, <13일의 금요일>과 같은 슬래셔 무비와 하이틴 무비, 그리고 타임 루프 무비가 결합됐다. 슬래셔 무비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많이 벌어지곤 하지만 이 영화는 확실히 하이틴 무비로서도 확고한 선을 가진다 싶을 정도다.(어느 정도가 지나면 호러적인 성격이 많이 퇴색되기도 하니까) 영화는 각 장르가 갖는 장점을 잘 뒤섞어서 밝은 리듬과 긴장감이 있는 리듬을 수시로 오가는데, 통상적으로 공포 영화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불편함이 적으면서도 꽤나 긴장감 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표현의 정도에 있어서도 나름 과감한 편이라 그것을 보는 재미도 꽤 있다.(특히 짧게 삶이 반복되는 시퀀스에서)

  하지만 영화는 중요한 대목에서의 스토리텔링이나 메시지 전달 면에 있어서는 굉장히 과도하게 솔직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일례로 주인공이 스스로 순환의 굴레를 선택하는 순간에서는 "카터"라는 대사 하나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한 대목을 두고 굳이 숏을 추가하고 대사를 통해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이 모든 것을 알아차린 순간에도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러한 장면들을 비롯해 하나의 성장 영화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든 순간에서 과도하게 많은 대사를 사용하여 전달한다. 빠르게 진행되던 영화의 템포를 알아서 깎아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짧은 러닝 타임에 많은 것을 담아내야 하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몇 장의 숏, 짧은 대사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한 것을 굳이 길게 늘여서 설명한 것 같아 아쉽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아주 재미없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충분히 즐길만은 한 영화이고 필자 역시 나쁘지 않게 보기는 했다. 다만 샤말란의 <23 아이덴티티>에서 보여준 깊은 이야기의 묘사나 조던 필레의 <겟 아웃>에서 인종 문제를 뚝심있는 비유로 풀어냈던 것을 돌이켜보면 이번 작품의 소극적인 스토리텔링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하우스 픽쳐스의 상승세는 진행형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공포 영화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겁이 좀 있는지라...) 그래도 블룸하우스의 다음 작품은 아마도 극장에서 또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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