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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Nov 24. 2017

[영화 리뷰] - <러빙 빈센트>

온 몸을 내던진듯한 헌사 혹은 교감

  뛰어난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많다. 화가 르누아르의 이야기를 다룬 <르누아르>, 화가 폴 세잔과 작가 에밀 졸라의 우정을 다룬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최근에 개봉한 작품들 중에서만 찾아봐도 아주 많다. 하지만 예술가를 다룰 때 예술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흔적을 쫓아가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또 화가의 경우 그 화가의 그림을 영화 안에 드러낸 작품은 있을지라도 그 화가의 그림으로 영화를 만든 적은 없다. 그런 점에서 <러빙 빈센트>는 특별한 영화다. 고흐 사후, 고흐의 흔적을 쫓는 이 영화는 무려 유화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안에 고흐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형식적으로도 정말 놀랍지만 내용적으로도 고흐에 대한 존경과 헌사, 그리고 교감을 위한 시도가 드러나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매 프레임이 유화로 이루어진 영화다. 이 형식만으로도 영화는 (좋은 쪽으로) 이상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당연히 유화라는 특성상 공간감이 많이 떨어지고 화면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붓이 훑어간 흔적이 세세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화면을 정보라고 하면 이 영화는 정보 전달력이 떨어지는 매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유화가 갖는 독특한 질감과 색감만으로 그 부분을 상쇄하는 것을 넘어 계속해서 빠져드는 화면을 만든다. 왜냐하면 그 자체로서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소한 화면들조차 말 그대로 그림이 되어버리기 떄문이다. 영화적으로도 단지 아름다움을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화면만이 고흐의 이름을 빌려 화려함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영화가 왜 유화로 제작됐는지,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고흐의 친구인 우체부의 아들이 죽은 고흐의 동생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며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조사하게 된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야 고흐에 대한 많은 연구와 애정이 있었겠지만 영화의 시점은 철저한 제 3자로 시작한다. 주인공 룰랭[더글러스 부스 분]은 아버지가 고흐와 인연이 있을 뿐 자신은 고흐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룰랭은 여행을 하게 되면서 고흐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조사를 하기 시작하고 이에 더더욱 절박하게 매달리기 시작한다. 이는 고흐에 대한 교감의 시도이고 동시에 고흐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초대라고 생각한다. 그 만큼 영화는 고흐라는 인물을 대중에게 소개하면서 가져야 할 친절함과 더불어 고흐에 대한 만든이들의 애정을 굉장히 깊게 담아냈다. 특히 영화는 반복적인 플롯이 진행되기 때문에 금방 지칠 수도 있었지만 이야기의 깊이에 가미함으로써 몰입감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단지 흥미롭고자 형식과 이야기를 고흐로부터 빌린 것이 아니다. 고흐로부터 소재를 뽑아냈기에 헌사를 가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고흐라는 인물을 생각한 티가 역력하며 완전히 열중하여 시도한 헌사라고 생각한다. 또한 동시에 이 영화는 고흐와의 교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의 시점처럼 보는 사람들도 제 3자의 시점으로 시작해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시점이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만든이들이 고흐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고흐에 대해 강한 애정을 느끼고 있으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그런 사람들이 만들었기에 가능한, 영화 내적으로나 영화 외적으로나 참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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