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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Nov 24. 2017

[영화 리뷰] - <저스티스 리그>

<배대슈>보단 나아졌다고 좋아해야 하나

  드디어 DC도 팀을 공개했다. 원작 만화의 역사로만 따지면 '어벤져스'보다 오래된 팀이고 영화로서도 조지 밀러에 의해 <어벤져스>보다 더 일찍 나올뻔 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제작이 엎어지고 계획이 틀어지면서 뒤로 밀리게 됐고 비슷한 시기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3부작으로 뛰어난 성취를 올렸다. <어벤져스>가 나온 직후에도 <맨 오브 스틸>이 호불호는 갈리더라도 액션 연출에 있어서는 신기원을 열었으니 DC 입장에서 그리 불만이 가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입지를 확고히 하는 마블과는 다르게 DC는 흥행은 하지만 팬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 <원더우먼>으로 명예 회복을 하고 <저스티스 리그>에서 반전을 꾀하나 했지만 정작 결과는 아주 안 좋았다. 오히려 같이 메인 이벤트 계보에 있는 DC의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보단 나아졌으니 괜찮다고 해야하나.

  앞서 언급한대로 <저스티스 리그>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이어지는, DC 확장 유니버스의 메인 이벤트다. 보통의 솔로 무비들이 히어로 개인의 사정을 다루고 향후 시리즈의 떡밥을 뿌린다면 그 떡밥을 대거 회복하고 다시 떡밥을 뿌리는 게 메인 이벤트다.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형태의 세계관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마블의 작품에 의하면 그렇다. 결국 메인 이벤트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그 이전에 솔로 영화들에서 충분한 이야기가 거론되어야 하나는 것이다. 특히 단지 메인 이벤트의 소재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솔로 무비가 중요한 이유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여기서 큰 약점을 보인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의 원더우먼[갤 가돗]처럼 잠깐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니라 <어벤져스>의 각 멤버와 같은 캐릭터들이 모여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중심을 이루는 캐릭터가 있을지라도 분명 모든 캐릭터가 중요한 캐릭터다. 하지만 2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처음 보는 캐릭터들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면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저스티스 리그>는 나름대로 기승전결을 갖추고 아다리에 맞춰 메인 플롯을 전달하고는 있지만 각 캐릭터들이 이루는 관계들과 서브 플롯들이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며 설명이 부족하게 됐다. 심지어 이는 악역에도 해당한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메인 플롯을 전달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메인 플롯도 설명이 부족한 편이다. 결국 뼈대만 앙상하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쳐내버린 것과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구난방으로 전개되던 <배트맨 대 슈퍼맨>에 비해 그래도 나름대로의 뼈대는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배트맨 대 슈퍼맨>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해도 특출나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바로 오락적인 측면이고 특히 히어로 영화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액션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액션마저 별로다. 물론 몇몇 컷의 인상적인 액션 장면들이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특별히 팀플레이가 이루어지는 액션이 몇 없으며 단조로운 액션과 리액션이 반복되고 흐름이 없는 액션이 대다수였다.(특히 스테픈 울프[시아란 힌즈 분]의 액션이 이러한 경향이 특히 심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그래도 팬들의 지지를 받은 이유는 액션을 비롯해 뛰어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트맨[벤 애플렉 분]의 과거를 보여주는 오프닝, 브루스 웨인의 시점으로 본 슈퍼맨[헨리 카빌 분]과 조드[마이클 섀넌 분]의 대결, 슈퍼맨에 대한 갑론을박을 나레이션으로 처리하고 화면에는 슈퍼맨의 행동들이 보여지는 장면, 그리고 국회 시퀀스. 액션에 있어서도 메인 이벤트인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 비교적 밋밋했던 것과는 달리 날렵한 배트맨의 카 체이싱과 후반부 창고에서의 액션, 영화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원더우먼의 액션, 그리고 후반부 <맨 오브 스틸>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규모의 액션 등. 최소한 보는 맛만은 살아있는 작품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저스티스 리그>가 조금이나마 더 잘 만들었고 더 보기 편안한 작품인 것인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둘 중 하나의 영화를 다시 봐야 한다면 필자는 쓸 데 없이 길고 보기 불편하지만, 차라리 핵심 이미지라도 살아있던 <배트맨 대 슈퍼맨>을 다시 볼 것이다. 결국 <저스티스 리그>가 <배트맨 대 슈퍼맨>으로부터 발전한 정도는 아주 미미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흥행에 실패한 DC 영화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DC가 영화를 잘 만들어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그니쳐 캐릭터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그들이 가진 이미지로 소모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미국의 영화 전문지들과 경제지들은 <저스티스 리그>의 최종 성적이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 예상하며 이는 5천 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워너와 DC는 이제 진짜로 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는 일종의 경고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관객은 DC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지금까지 완성도와 별개로 꾸준하게 봐주던 관객들의 숫자, 그리고 그 숫자들이 만든 박스오피스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 마블의 눈치만 보며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진짜로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원더우먼>이 왜 DC 영화들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인지를 다시 돌이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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