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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Dec 07. 2017

[영화 리뷰] - <7호실>

사회의 아쉬운 면들을 품으려는 상상력만큼은

  한국 영화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종종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실제 있었던 사건이나 있을 법한 사건을 직접적으로 영화의 표면으로 드러내어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고발적인 성격의 장르로서 눈에 띄는 흥행과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으며 <카트>는 실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을 담아낸 작품은 그에 반해 너무나도 적었다. 직접적인 작품들이 갖는 직설적인 충격과 메시지와 더불어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일종의 비유와 다룰 수 있는 광범한 범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쉬웠다. <7호실>은 그런 면에서 반가운 작품이었다. 비록 영화에 결함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상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작품이라 생각한다.

  <7호실>은 할리우드 DVD방 7호실에 두식[신하균 분]과 태정[도경수 분]이 각자의 중요한, 혹은 민감한 물건(?)을 넣어두게 되면서 벌어지는 특이한 상황을 바탕으로 벌어진다. 영화의 가장 큰 뼈대는 둘의 신경전이거나 공조라고 봐야 할 테지만 영화는 상당수 많은 부분을 각 캐릭터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영화는 우리 사회를 나름대로 광범하게 커버해낸다. 알바와 사장이라는 각자의 신분에서 시작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는 부동산에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알바로서는 20대가 가질 수 있는 자금난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확장해 각 캐랙티들의 서브플롯에 이러한 문제를 더 깊이 있게 들어가려고 한다. 결국은 돈이다.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기성 세대와 신세대가 가질 수 있는 돈 문제를 광범하게 다뤄낸다.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단지 현실을 담아서 좋은 게 아니라 그걸 독특하게 표현했기에 좋았다. 한 껏 폼을 잡아야 할 장면들을 무너뜨려 웃음을 유발하거나(ex. 후반부 두식과 태성의 격투) 멋진 숏과 그렇지 않은 숏을 곧장 이어 만들어내는 코미디도 좋았다.(ex. 방화 협박을 하다 기름을 닦는 두식) 이러한 블랙 코미디로서의 재미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상상력이 가장 잘 드러났던 것은 영화가 다루는 공간이었다. 비교적 차가운 빛깔의 외부 건물들과는 다르게 할리우드 DVD방은 전혀 다른 색감과 질감으로 이루어진다. 화려하다면 화려하고 올드하다면 올드한 이 공간을 굉장히 잘 활용함으로써 영화는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약간은 판타지같은 느낌을 잘 풍겨낸다.

  이러한 상상력을 담은 작품은 개인적으로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굳이 범위를 넓혀 생각하면 봉준호 감독의 <옥자>이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이 이 영화가 좋았다. 물론 단적으로 동종 장르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교하면 이 영화가 갖는 단점이 꽤나 분명하게 보인다. 캐릭터를 괴물로 만들어버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다르게 캐릭터를 동정하는 이 영화는 쉬이 용서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 어물쩍 넘어가는 등 불분명한 면이 있다.(알바생에 대한 두식의 태도) 그리고 메인 사건만큼 각 캐릭터의 서브플롯이 중요한 만큼 이야기가 조금은 산발적인 느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현실을 품으려 했던 상상력만큼은 충분히 칭찬하고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그 성취가 상업 영화의 틀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굉장히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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