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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Dec 12. 2017

[영화 리뷰]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결국 영화는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

  어떤 영화를 볼 때 그래도 최소한의 사전 정보는 보고 가는 편이다. 감독은 누구인지, 출연하는 배우는 누구인지, 장르나 간단한 시놉시스 등. 영화 관람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의 정보는 챙겨서 보는 편이다. 이번 영화도 굳이 정보를 찾으려면 찾을 만한 정보가 많았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소식이나 헝가리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 일디코 엘데니 감독의 8년만의 복귀작이라든지.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에 일말의 관심조차도 없었으며 단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보러 간 날 그 전 회차에 있는 영화였기에 시간을 떼울 겸 관람한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나니 단지 시간을 떼우기 위한 정도로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뛰어난 작품이었다. 결국 남녀의 사랑으로 귀결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굉장히 유려하게 표현하고 다양한 현상을 다뤄낸다.

  영화는 회사의 중요 직책에 있는 남자와 회사에 새로 들어온, 아직 회사에 어울리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얼핏 보면 다른 신데렐라 스토리의 영화와 비슷하지만 영화는 단지 그 선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두 사람에게 주된 코드는 상처이고 상처입은 존재들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야기를 꿈을 통해 표현한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영화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도축회사에서 벌어지는 차가운 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주요 인물의 성격 역시 각 극단에 치우쳐져 있다. 그러한 캐릭터를 꿈으로 공유함으로써 인물 사이의, 영화 내 분위기 사이의 거리감을 이겨내고 두 인물의 내면을 깊이있게, 자연스럽게 다뤄낸다.

  표현하는 수단, 영화 내적 장치 등에 대해서도 영리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영화가 영상, 소리로 표현하는 부분들 역시 아주 뛰어나다. 꿈의 내용 역시 차가움(공간적 배경)과 따뜻함(꿈속 두 개체의 행동)이 공존하고 공간마다의 빛과 어둠을 적절히 부여하여 공간에 고유한 성격을 부여한다. 하나의 예시로 영화 내 마리어[알렉상드라 보르벨리 분]와 엔드레[게자 모르산이 분]의 집과 회사 내 공간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마리어의 집은 창백한 톤을 가지는 반면 엔드레의 집은 비교적 어둑어둑하다. 반면에 회사 내에서는 엔드레의 공간이 따뜻한 느낌을 가진, 항상 빛이 드는 공간이지만 마리어의 공간은 어둠 속 한 가운데다. 그래서일까, 둘이 꿈을 공유한다는 점을 처음 알게 된 후 같이 간 기차역은 해질 녘이다.(위 사진 좌측)푸르스름한 하늘에 은은한 빛이 공존한다. 어두운 듯 하면서도 차갑지 않은 톤의 공간이다.

  이렇듯 이 영화는 매 쇼트, 매 공간마다 굉장히 세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은은하게 퍼지는 오프닝의 종소리나 꿈 속의 장면들, 각 캐릭터들의 공간들과 그 공간 안에서 비춰지는 캐릭터의 모습들. 스크린에 드러나는 요소들을 영리하게 사용하여 영화의 감정과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전달해낸다.

  결국 영화는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이다. 남녀의 사랑으로 귀결되는 이 이야기를 차별화한 것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사랑을 넘어 두 사람의 주변과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 단순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이러한 내용을 아주 유려한 시각적, 청각적 연출을 통해 보고 듣는 매력을 살려내어 전달한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깊은 내공을 가진 연출이 좋은 영화 내적 요소들(연기, 촬영, 음향 등)을 만나 제대로 구현된 영화다.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전작들이 더더욱 궁금해지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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