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신익 Feb 20. 2017

[영화 리뷰] - <단지 세상의 끝>

단절로 시작과 끝을 맺는 동어반복

  근 10년 간 가장 위대하진 않더라도 가장 화제가 된 감독 중 하나가 바로 자비에 돌란이라고 생각한다. 스무 살 연출한 <아이 킬드 마이 마더>로 칸 영화제에 입성하고 이듬해 연출한 <하트비트>로 다시 한 번 칸에 초대를 받았으며 <마더>로는 장 뤽 고다르와 함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20대 초중반에 자비에 돌란이 이룬 성취는 상상도 못할 놀라운 것들이었다. 이번 영화 <단지 세상의 끝>도 그 성취라면 성취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말이 많았다. 이 영화가 좋은 영화지만 상을 받을만큼 잘 만든 영화냐, 칸 영화제가 스타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었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봐서 필자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오인하고 있는 점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도 비교적 이 작품은 평범한 작품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영화는 단절감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를 설정하고 영화 내내 이 이미지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채운다. 오프닝 시퀀스의 기내에서는 좁은 틈으로 루이[가스파르 울리엘 분]를 바라보거나 온전하게 화면에 등장한다 싶을 땐 뒷자석의 아이가 눈을 가려 방해한다. 집에 도착해서도 여러 인물이 하나의 쇼트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그런 장면이 생긴다면 금방 갈등이 조장되거나 인물을 더블시키거나 포커스를 한 쪽으로 몰거나 화면 끝자락에 인물이 잘리도록 앵글을 만들어 등장시킨다. 오프닝의 마지막 대사도 '나의 죽음을 알리러 간다'였으니 이미 영화는 시작부터 목표를 설정하고 간 셈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루이는 온전한 쇼트를 부여받지만 이 역시 가족들이 모두 퇴장하고 루이 혼자만이 받게 된 것이다.

  단절에 대한 표현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비좁게 잡힌 앵글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답답함에 인물들이 바뀌어 가면서 씬마다 조금씩 느낌을 바꿔준다. 단적인 예로 앙투안[뱅상 카셀 분]이 주는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있다면 쉬잔[레아 세이두 분]이 주는 일종의 편안함,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 분]이 주는 격식있는 분위기는 모두 다르다. 같은 방식으로 공간과 인물들을 다루지만 그 차이점을 통해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준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 이를 모두 터뜨리고 영화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환기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시퀀스들은 불필요할 정도로 화려하게 연출되지 않았나 싶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의 영화와 맞지 않는 연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조금씩 변화를 준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영화의 형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이 인물들과의 1:1 대화로 이루어져있고 그 중간중간을 가족 모두가 모이는 씬, 뮤직비디오 일부가 채우기 때문에 잘 표현한 단절감이라도 후반에 이르러서 조금은 둔감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미 감정에 도달한 상태로 이루어지는 반복이 갖는 단점이라 생각한다.(그나마 이 단점을 지탱해주는 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다.)

  단점이 있고 칸 영화제에서의 심사위원 대상은 의문이 충분히 들만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충분히 아까운 영화다. 동어반복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현실적이지만 아름다운 표현들로 꽉꽉 채워놓았고 연극과 같이 짜여진 판에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본문에서 짧게 한 번 언급했지만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다.) 이쯤 되니 자비에 돌란의 전작들이 궁금해지며 영화를 하고싶어하는 입장에서는 20대 중반에 이런 작품을 만든다는 게 정말 부러워지기도 하는(...) 그런 작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 <공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