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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Nov 02. 2017

특수한 존재들이 향하는 보편적인 관계 - <나의 엔젤>

  해리 클레븐 감독의 <나의 엔젤>은 올 해 부천 국제영화제 초청되었던 작품이다. 국내 영화제들 중 가장 독특하고 톡톡 튀는 상상력을 발산하는 영화들이 다수 초청받는 부천 영화제인 만큼 <나의 엔젤>역시 독특한 소재로 이목을 끄는 작품이다. <나의 엔젤>은 투명인간과 시각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다. 이 특이한 존재들이 이루는 관계는 한없이 평범하고 보편적이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시각 장애인과 투명인간은 모두 사회에서 약자에 해당하는 존재들이다. 한 쪽은 볼 수 없는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한 쪽은 보이지 않아 누구로부터도 존재를 인정받을 수 없다. 그렇게 소외된 둘이 만나 우정으로 시작하고 사랑으로 발전한다. 지극히 일반적인 관계다. 이 관계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당연히 그들의 감정 그 자체며 다른 하나는 그 둘의 특수성이 서로에게 상쇄되기 때문이다.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사람도 눈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어차피 소리와 냄새로 기억된다.

  음수와 음수가 곱해져 양수가 되듯 두 특별한 사람들이 서로의 특징을 상쇄하며 타인들과는 형성할 수 없었던 일반적인 관계를 형성해내지만 마들렌[플뢰르 제프리어 분]이 눈을 치료하면서 그 관계를 유지하던 두 음수의 관계는 깨져버린다. 영화가 중반까지 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면 그 이후로는 깨져버린 이 관계를 되돌리는 데 집중한다. 결국은 사랑이란 감정으로 귀결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자신들이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만 상대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미지를 꾸준하게 심어주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투명인간 엔젤의 시점으로 그가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관객들은 꾸준히 보게 된다. 마들렌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이 관계는 평범한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와도 같다. 차이가 있다면 어머니는 이미 그 감각의 차이를 넘어섰다는 점이다.(영화가 중요한 국면에 맞이해서는 어머니의 공간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이렇듯 영화가 시종일관 추구하는 것은 보편적인 감정과 메시지들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감각에 제한을 뒀고 이를 서서히 극복해나간다. 그래서일까, 분명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인데 신선한 원동력이 있고 동시에 전형적인 이야기가 주는 안정감이 느껴지는 영화다. 조용하고 소소한 영화고 그렇기에 소박한 재미가 있지만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있어서만큼은 진중하게 다가가고자 했던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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