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신익 Nov 09. 2017

과연 혐오의 프레임인가 - <범죄도시>

  최근 한국영화 시장에서 묘하게 소재가 닮은 두 영화가 시간차를 두고 개봉했다. 두 영화는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대중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영화의 소재를 다루는 면에 있어서 혐오의 프레임을 씌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로 <청년경찰>과 <범죄도시>다. 두 영화는 각각 대림동과 가리봉동에서 일어난 조선족들의 범죄를 해결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두 영화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영화가 대림동과 가리봉동의 이미지를 우범지대로 만들고 있으며 조선족들에게 범죄자의 프레임을 씌워 공포감과 혐오감을 조성한다고 한다. 비록 <청년경찰>은 관람하지 못해 별달리 할 말은 없지만(또한 주변과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범죄도시>의 경우 무작정 혐오의 프레임을 씌울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 속 메인 악역은 조선족 폭력조직 두목인 장첸[윤계상 분]이다. 영화 속에는 수 많은 조선족 폭력배가 등장하고 그들의 활동 범위는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이다. 영화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가리봉동에서 일어나는 극악무도한 행적들을 통해 가리봉동에 우범지대 이미지를 씌우고 조선족을 폭력적인 사람들로 묘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은 영화가 사람을 나누는 프레임이다. 영화는 태생 한국인과 조선족이라는, 뿌리로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양지와 음지로 사람을 구분한다. 영화 속에서는 조직폭력배 조선족만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인 조선족들이 경찰에 협조하기도 하고 그들에게 가리봉동은 다른 동네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영화가 그렇게 양과 음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굳이 한국인 조폭까지 영화에 등장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극단적 행보를 보이는 장첸을 제외하면 마석도[마동석 분]가 조폭들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다. 마치 말 안 듣는 동생들을 다루듯 친근한(?) 위협(!)을 가하며 대하고 정 말을 듣지 않으면 그 때 주먹으로 응징한다. 한국의 조폭 두목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위협같은 부탁을 할 때나 두 명의 조선족 조폭 두목들을 데려다 화해시키는 장면은 장면만 다를 뿐 장면들이 갖는 온도는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의 기획부터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긴밀하게 접촉하여 만들었으며 영화의 주연이자 기획자인 마동석 역시 경찰들의 세계를 가능한 리얼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다.(영화의 수위가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추측된다. 실제로 상해를 입는 형사가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오는 만큼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가해지는 위협의 수준이 얼마만큼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수위를 높인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끝날 때 역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 시기에 조선족 조폭들이 유입했으며 그들이 세력을 확장해나가려 하자 일망타진해 검거했다고. 분명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조선족을 일반인과 범죄자로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단지 가해자가 조선족이기 때문이고 그들이 그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일까.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조선족 전체로 확장해 그들에게 혐오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면 그 관객이 과대망상을 한 것은 아닐까.

  거듭 말하지만 <청년경찰>은 보지 못해 구체적으로 언급을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에 만연해있는 편견이기 때문에 더 예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재에 직면하면서도 <범죄도시>는 그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화 내적으로 충분히 고민한 흔적이 보이고 결국 그들을 출신이 아닌 범죄자와 일반인의 프레임으로 잘 구현해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건이 지나가고 보이는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을 생각해보자. 경찰들은 범죄가 벌어졌던 현장에서 범죄자를 몰아내고 그곳에서 그곳 사람들의 가게에서 동료들과 뒷풀이를 한다. 어디 말끔한 건물에서 상을 받고 진급을 명 받으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네 길바닥에서 끝난다. 그것도 아주 밝은 분위기로.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리봉동과 조선족 전체를 혐오하는 뉘앙스를 풍긴다고 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특수한 존재들이 향하는 보편적인 관계 - <나의 엔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