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신익 Dec 07. 2017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택시>, <코스모폴리스>

  최근 들어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택시>에 흥미가 갔다.(이유는 네이버 무료 영화에 있었기 때문...)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를 미리 관람한 지인에게 이 영화가 어떤지 물었다. 중간에 관람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 영화의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에 약간 의문을 품기도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탑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점에서 <코스모폴리스>와 아주 같은 형식의 영화인데 왜 이 영화는 상을 받은 것이냐는 게 지인의 의견이었다. 지인은 아마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영화 작업을 하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현실을 이해하고 응원의 의미로 준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길을 걸어가며 한 짤막한 대화라 이 내용이 지인의 모든 의견을 드러내지는 못하겠지만 이 얘기로 인해 다시금 생각해본 게 있었다. 물론 지인이 제시한 <택시>와 <코스모폴리스>를 통해서다. 비록 <코스모폴리스>는 관람한 지 꽤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를 않지만 주제의식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생각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모폴리스>는 차를 타며 이동하며 대화하는 게 주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결국 드러내고 싶은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에게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최상위층이 에릭 패커[로버트 패틴슨 분]는 차를 타고 거리로 나서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떠안고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직시하는 내용이다. 꽤나 자극적인 이미지들로 현실의 위기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며 이는 주인공이 선택해서 길거리로 나간, 일종의 선택적인 추락이다. 물론 그 결말은 참담하지만 영화의 광적인 분위기와 내용을 생각해보면 영화는 암울한 현 상황을 이질감으로서 표현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다른 세상의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보려고 했다.
  반면 <택시>는 선택적인 추락이 아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 본인을 내세워 구성되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현실이다. 오히려 담아낼 수 없는 현실을 담아내려는 일종의 발악이나 시도로 보였다. 표현의 욕구를 넘어 국가가 가진 모순을 담아내려는 시도였다. 자극적이거나 연출의 의도를 읽어내야 하는 이미지도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영상이었다. 영화의 내용에 따르면 '추악한 리얼리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선택이 아니다. 그저 자신들의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봤을 뿐이다.

  단순한 형식만이 같을 뿐 두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떤 태도로 다루는 지에 대해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영화는 결국 '무엇'과 '어떻게', 그 중에서도 특히 '어떻게'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소재가 같다고 같은 영화가 아니며 태도와 형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여러 변수들이 충분히 다른 느낌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올 해 히트한 <범죄도시>를 보자. 지긋지긋하게 많이 나온 형사물에 권선징악의 메시지도 똑같으면서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말 다른 형사 영화들과 똑같기 때문에 이런 성적이 가능했던 것일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는 충분히 이를 알지만 의식적으로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그 영화가 그 영화라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말을 은근히 많이 듣는다. 그렇게 치면 세상에 새로운 영화는 없다. 완전히 순수한 창작물로서 등장한 영화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아주 많은 작품을 레퍼런스로 삼아 완성된 경우가 많다. 그 안에 장르적인 공식이나 클리셰 등이 바탕이 되기도 한다. 결국 대다수 영화에 적용할 수 있는 차별점은 그 요소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있다. 이러한 시선을 가지고 자신이 봤던 영화들을 한 번 돌아보면 어떨까. 아마 생각보다 좋은 영화를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s. 물론 영화는 결국 취향이라 자기가 싫다면 싫은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과연 혐오의 프레임인가 - <범죄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