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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Dec 07. 2017

결국은 무너져버린 대중의 신뢰

<저스티스 리그>

  올 해 여러 의미로 많은 주목을 받은 DC의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한지 정확히 3주가 지났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연이은 (평가 상의) 실패 이후에도 사람들은 <저스티스 리그>만 성공하면 된다고 했으며 여름에 개봉한 <원더우먼>의 성공으로 그 기대감은 더더욱 높아졌다. 또한 <배트맨 대 슈퍼맨>으로 인해 <저스티스 리그>를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예고편이 공개될 때마다 '이렇게 뽑으면 또 안 볼 수가 없지'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종종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한 지 3주가 지난 지금, 북미 내에서의 성적은 간신히 2억 달러를 돌파했고 전세계적으로는 5억 72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게 절대평가로 생각하면 절대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제작비가 상당한 편이며(3억 달러 추정) DC 확장 유니버스(이하 DCEU)의 메인 이벤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표라 느껴진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 성적인 9300만 달러는 지금까지의 DCEU 작품들 중 가장 낮으며 최종 성적 또한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가 안 좋았던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오프닝 성적으로는 각각 1억 6600만 달러와 1억 3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메인 이벤트가 무너졌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물론 영화의 완성도도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DCEU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dlgk MCU)가 대중에 공개되기 이전부터, 심지어는 그 이후에도 슈퍼맨과 배트맨의 인지도는 상당했다. 오히려 인지도 면에서는 지금의 마블 캐릭터들이 따라잡은 것이지, 당장 우리가 상상하는 슈퍼히어로의 이미지, 망토를 두른 초인의 이미지로서 배트맨과 슈퍼맨은 아주 상징적인 존재들이었다. 2007년 원더걸스의 [Tell Me]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오마주 되었던 원더우먼은 여성 슈퍼히어로의 상징이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독특한설정과 더불어 조커, 할리 퀸과 같은 시그니처 빌런들을 내세웠다.


  결국 그 영화들의 성공은 캐릭터들의 명성에 큰 지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배트맨 대 슈퍼맨>은 나름대로의 마니아층도 양산해냈고 감독판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두 영화의 오프닝 성적이 명성의 영향을 증명한다고 한다. 시사회 등 개봉 전 평가들이 오프닝 성적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의 오프닝은 영화 외적인 이슈들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저스티스 리그>는 분명 DC의 <어번저스>(물론 원작 상에서는 <저스티스 리그>가 더 일찍 등장하지만)라는 점에서 이슈적인 측면에서는 합격이나 다름이 없다. 그 이슈, 그 히어로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오프닝 성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두 영화는 대중으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았다. 관객들이 이미 낸 돈을 돌려받을 수는 없으니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각 작품으로서는 시장에서 적절하게 돈을 벌었다고 치더라도 진짜 문제는 DCEU에 대한 신뢰에 금을 내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결국 그 신뢰가 무너져 <저스티스 리그>의 오프닝 성적이 최하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배트맨이든 슈퍼맨이든 지금의 DCEU가 내놓는다면 그렇게까지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할만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솔로 무비를 먼저 내세우지 않은, 메인 이벤트를 먼저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각 솔로 무비가 조금 아쉬웠던 초기 MCU의 작품들(물론 북미 내에서의 평가는 괜찮은 편)은 각 작품마다 캐릭터의 배경 설명에 치중했으며 메인 이벤트인 <어벤져스>를 제대로 성공시키며 각 캐릭터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했다. 초기작들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아이언맨> 시리즈를 제외하면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모두 1억 달러 중반, 후반대에 포진해있으니) 하지만 최소한 그 작품들은 이 캐릭터들이 모였을 때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남겼다.


  지금의 DCEU 캐릭터들에게는 그러한 배경이 없다. 슈퍼맨이 그나마 <맨 오브 스틸>로 성공적인 캐릭터라이징이 들어갔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은 <원더우먼>을 제외하면 그런 배경이 없다. 물론 <원더우먼>도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선공개된 후 솔로 무비가 나왔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는 강렬한 이미지만을 남겼고 메인 스토리가 결국 배트맨, 슈퍼맨, 렉스 루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큰 캐릭터라이징 자체가 필요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모든 캐릭터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배경 설명은 거의 없다 싶이 하고 급박하게 이야기만 진행될 뿐이다.

  그렇게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려진 캐릭터들이 큰 매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버렸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의 원더우먼과 같이 독자적인 영역에서 큰 인상을 남긴 것도 아니다. 물론 <어벤져스>는 최초의 슈퍼히어로 크로스오버라는 점에서 큰 이슈도 있었고 일종의 개척자라는 점에서 특수를 누린 것도 맞다. 하지만 동시에 뛰어난 영화적 완성도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음과 동시에 평단도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DC는 더 잘했어야 했다. 안그래도 후발주자로서 명확한 비교대상이 있었고 그 대상이 이룬 성취는 아주 뛰어났다. 어쩌면 그래서 DC가 시그니처 캐릭터들을 앞세워 초반을 진행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작품들의 완성도에 문제가 생기면서 유니버스 전체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었다.


  이번 <저스티스 리그>가 받은 성적은 무너진 신뢰의 결과이며 DC와 워너가 경고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각종 전문지들에 의하면 <저스티스 리그>의 최종 성적표는 5천 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정도의 손해를 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악평으로 시달려도 시장에서는 성공하던 DC가 시장에서 실패한다는 이야기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안타까운 사연 등 참작할만한 사연도 있지만 케빈 츠지하라 CEO의 외압 등 분명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도 있다. 워너의 입장에서는 "이래도 슈퍼맨이고 배트맨인데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부터라도 명확한 방향성과 기반을 다지지 않으면 워너와 DC는 블록버스터로서 가장 매력적인 아이템을 썩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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