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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14. 2018

[스포일러有] <플로리다 프로젝트>, 결말에 대하여

본 포스팅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자전거 탄 소년>의 결말에 대해
강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 스포일러를 피하시고 싶은 분은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마지막 씬은 영화를 봤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가 될만한 요소이다. 오열하는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분]의 손을 낚아채 디즈니월드로 함께 뛰어가는 젠시[발레리아 코토 분], 그리고 그 둘을 따라가는 카메라. 배속으로 인해 흐트러진 프레임으로 빠르게 이 둘을 쫓아가고 이 둘은 디즈니 월드로 사라진다. 어떻게 보면 지독하게 현실적인 영화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판타지이면서도 동시에 지금까지 영화가 지금까지 취해 온 태도와 기조를 완전히 내려놓은 장면이기도 하다. 공간을 조망하는 방식은 흡사 웨스 앤더슨을 생각나게 하는, 일종의 동화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이 영화는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이를 담담하게 보여주다가도 몇몇 무너지는 순간들로 인해 관객들을 불안으로 밀어넣는다.

  몇몇 장면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영화는 보통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되거나 카메라를 움직이더라도 달리, 스테디캠, 크레인과 같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으로 촬영됐다. 그러나 몇몇 장면들, 아이들에게 일종의 불안감을 안겨주는 장면들은 핸드 헬드로, 흔들리는 화면으로 담아낸다. 대표적으로 딕키[에이든 말릭 분]가 떠나가는 장면이나 아이들이 버려진 콘도에 방화를 하는 장면 등이 있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괜찮은 척' 상황을 바라보다가 은연중에 불안감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있다.

  또 하나는 아이들의 시선이다. 결국 이 영화는 미국 홈리스들의 이야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작 큰 상황들은 어른들로부터 일어나게 된다. 그들의 돈이나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가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식으로 상황이 벌어지는데, 아주 아픈 순간들에서는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애슐리[멜라 머더 분]가 핼리[브리아 비나이트 분]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때 영화는 이를 바라보다 눈을 가려버리는 스쿠티[크리스토퍼 리베라 분]의 뒷모습으로 향하고 핼리가 매춘을 하는 순간에도 영화는 불안한 표정으로 커튼을 부여잡고 있는 무니를 비춘다. 상황 자체도 그러하지만 그 상황에서 아이들을 보기 때문에 영화는 더더욱 불안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 영화가 '괜찮은 척'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것이 실패하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물론 받아들이기엔 조금 힘들고 부담스러운 감정이지만 마치 영화 속 바비[윌렘 대포 분]가 된듯한 시선을 체험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나마 더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모텔에서 아동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핼리와 무니,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바비의 교차편집은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슬펐고 동시에 불안하면서도 아주 몰입되는 시퀀스였다. 마치 바비 뿐만 아니라 관객 모두를 그 안으로 끌어들인 장면이었으니까.

  그래서 영화의 결말이 아쉽다. 숀 베이커 감독은 그것이 이 영화에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괜찮은 척 하지만 그 실상은 비극이다 보니, 그리고 그 비극에서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게 아이들이다보니 더더욱 이런 결말로 잠깐이나마 판타지를 그려내려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의도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지금까지 영화가 취해온 연출적 태도와 시선을 모두 내려놓은 장면이었다. 내려놓은 걸 넘어서 갑작스레 완전히 다른 노선을 타버렸다. 의도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고 독특한 표현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버텨온, 비록 무너지긴 했지만 괜찮은 척 버텨온 영화의 태도가 하나의 판타지로 마무리하기엔 너무 아쉽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영화는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이었다. <자전거 탄 소년>에서도 불우한 상황을 살아가는 소년 시릴[토마 도레 분]이 나오고 영화의 마지막은 불량배에게 쫓기다 사고를 당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 장면에서 시릴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저 자신의 자전거와 함께 퇴장한다. 그저 자전거만 끌고 갔을 뿐인데 영화는 관객에게 시릴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큰 안도감을 선사한다. 물론 <자전거 탄 소년>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구원의 손길이 있는 시릴과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그런 손길 없이 추락하는 무니는 상황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굳이 지금까지 영화가 취해온 것들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가 마지막까지 담아냈던 훌륭한 결과물들을 생각해봤을 때, 숀 베이커 감독은 분명 그런 길을 택하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지독하게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아쉽다고 생각되는 게 영화의 마지막 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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