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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Feb 20. 2017

[영화 리뷰]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기본기가 튼튼하기에 가능한 정직한 웰메이드 영화

 영화 팬들에게 연초는 굉장히 설레는 시기일 것이 분명하다. 아카데미 시즌에 임박해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개봉되거나 이미 개봉되었던 작품들이라 하더라도 재상영을 하는 등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올 해 역시 아카데미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들이 이 시기에 개봉을 했다. 그 중 하나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였다. 제작사와의 법적 분쟁으로 인해 활동이 거의 없던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신작이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일찍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불상사만 없었다면 케네스 로너건 감독은 이미 크게 성공해있지 않았을까 싶은 뛰어난 감독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굉장히 정직하다. 플롯을 이리저리 뒤틀고 꼬아버리는 그런 시도도 전혀 보이지 않고 촬영 상으로 기교도 거의 없는, 고정된 앵글로 바라보는 샷이 대부분이다. 편집에 있어서도 어떤 씬들을 강조하려는 시도도 거의 없으며 과거의 씬들을 현재의 씬과 동등하게 편집한다. 어떻게 보면 정말 욕심이 없어 보이는 작품이지만 이는 뛰어난 기본기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아닌가 싶다. 영화는 소박하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은 굉장히 깊이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각 드라마의 진행에 맞춰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전사로 인물을 확고하게 만들고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영화를 걷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정말 매 걸음걸이를 신중하게 걷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사의 활용 역시 굉장히 뛰어나다. 허투로 쓰는 대사가 단 하나도 없다. 혹은 허투로 사용되는 것마저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버린다. 이야기와 인물을 설계하는 방식이나 대사의 활용으로 미루어 보아 이미 각본 단계에서부터 굉장히 꼼꼼하게 설계된 작품이고 촬영 단계에 있어서는 이에 충실히 따라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영화 자체가 굉장히 단순하지만 촘촘하게 잘 짜여있는 만큼 배우들에게 있어서는 연기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상황이고 배역의 중요도나 출연 빈도와 상관 없이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도 수많은 감정을 전달하는 케이시 에플렉이나 짧지만 다양한 감정을 선사하는 미셸 윌리엄스, 가장 활동적으로 화면을 채우는, 어리지만 당찬 루카스 해지스. 가장 중요한 세 인물을 맡은 배우들은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걸 넘어 기대 이상의 연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연출 상의 건조함은 뛰어난 드라마에 바탕을 두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복선이나 암시와 같이 무언가를 숨겨놓을 시도를 일절 하지 않고도 좋은 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고 좋은 시나리오가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지금 아카데미 후보군에서 이 영화가 최고다 싶지는 않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두 시간 반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정직하게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흡인력있는 드라마를 구사할 수 있는 작품이 과연 몇이나 될까. 케네스 로너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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