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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Dec 22. 2018

[영화 리뷰]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가장 영리하고 자유로운 포맷의 활용

  영화가 아닌 미디어의 작품을 영화화할 때 만든이들은 얼마나 원작을 영화에 적합하게 재구성하는지에 집중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게임이나 (출판된)만화를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봐도 굉장히 큰 차이가 느껴지고 또 이들을 실사 영화와 비교를 해보면 굳이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사화의 경우 최대한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덜 주는 방식으로 현실로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애니메이션의 경우 두 시간 가까이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상으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이 재구성의 방향에 대해 원작의 방향으로 정면 돌파한다. 영화 내내 이 작품은 말한다. 우리는 영화지만 만화라고. 그리고 이 방향은 요 근래 본, 가장 영리하고 자유로운 포맷의 변주였다.

  물론 만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더러 있었다. B급 정서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는 최근작이 <킹스맨>과 <데드풀>이다. 하지만 <킹스맨>은 영화 내의 틀을 지키면서 카메라 워크나 액션 연출 등의 요소를 통해 만화적인 느낌을 구사하고 <데드풀> 역시 관객과 대화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킹스맨>과 유사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영화 내의 틀을 깨부수면서 이를 표현해낸다. 전자의 두 실사 영화가 만화적으로 표현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만화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온다. 화면에 말풍선이 그대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행동에 대해서는 만화에서 나오는 역동적인 지문이 등장하고 주인공의 단독 샷 등에서는 갑자기 배경이 변한다.(위 스틸컷 중 좌측 사진 참고)

  최근의 애니메이션, 특히 영화화되는 애니메이션들이 연출되는 추세를 보자면 과장된 효과는 찾아볼 수 있더라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만화의 표현을 빌려오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픽사를 비롯한 메이저 3D 애니메이션들은 실사 영화의 카메라 워크나 장면 연출법을 가져오는 등 '영화의 설정 내에서 구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이 영화는 그 트렌드에 역행하는, 특별한 영화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지 형식의 장난으로만 끝나는 영화인 것도 아니다. 끊임없는 독백과 관객에게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불안한 청소년의 심리를 재치있게 표현하며 이야기 구조적으로도 각자의 스파이더맨을 소개하는 형식을 통해 주인공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등 형식의 강점을 이야기로 충분히 이어오고 있다. 특히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메시지가 수 차례 영화에서 등장하다보니("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일종의 관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형식을 적극 활용하면서 영리하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미 표현상에서 만화를 적극 표방한 만큼 보는 재미도 독특하다.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의 형식으로 펼쳐지는, 일반적인 액션과 더불어 조금은 동작이 끊어서 진행되는듯한 연출과 이에 더해지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만화같은 액션이 공존한다. 2D적인 느낌과 3D적인 느낌을 고루 활용하면서 여기에 화려한 색감을 더해 노골적으로 힘 준 영상을 만들어낸다. 형식에서 이미 영화의 수용 범위를 넓혀놓은 만큼 이 역시 부담스럽게 다가온다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없고 오히려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던 또다른, 시각적 쾌감을 보여준다.

  굳이 따지자면 만화의 표현을 빌려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가 이미 게임과 만화의 형식적 특징을 적극 실사화했던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애니메이션인, 특히 2D적인 느낌과 3D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이 더더욱 '만화'에 근접한 표현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마치 <레고 무비>와 <레고 배트맨 무비>가 그러했듯, 영화가 가진 설정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이를 이야기에 녹여낸 영화가,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가 또다시 등장했다. 단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일종의 재탕 혹은 강제적인 확장이 아니라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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