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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an 20. 2019

[영화 리뷰] - <범블비>

마이클 베이 세대의 <트랜스포머>에 건네는 작별(이기를)

  어느덧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대중들에게 선을 보인지 10년이 더 지났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진두지휘 하에 지금까지 나온 5편의 <트랜스포머> 영화는 갈수록 평가가 떨어졌고 5편에 이르러서는 북미에서 단 1억 3천만 달러만을 기록하게 되는 대 굴욕을 맛보게 된다. 사실 1년 늦게 시작한 마블이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트랜스포머>는 지극히 고전적인 접근 방식으로 시리즈를 이어온 편이었다. 충분히 많은 스핀 오프나 시퀄 방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는 같은 방식으로, 단점까지 답습하며(오히려 더 키우며) 이어져 왔다. <범블비>는 마이클 베이가 연출하지 않은 최초의 <트랜스포머> 영화다. 비록 시리즈의 인지도가 떨어졌고 기존의 <트랜스포머> 영화만큼 시각적으로 풍성하지는 않은지라 크게 흥행할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꼭 필요한 전환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의 기본적인 골자는 첫 번째 <트랜스포머>와 상당히 닮아있다. 우연하게 조우한 고물 자동차와 청소년, 그리고 침략하는 디셉티콘에 함께 맞서는 이야기는 샤이아 라보프의 얼굴로 한 차례 경험한 바가 있다. 하지만 <범블비>는 <트랜스포머>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사실 지금 봐도 흠 잡을 바가 전혀 없는 CG와 액션으로 <트랜스포머>가 새로운 세계로 관객을 인도했다면 <범블비>는 소녀와 자동차라는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시리즈 전통이라도 되듯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시작하지만(사이버트론 전쟁 - 지구에서의 교전으로 이어지는 시퀀스) 영화가 중후반부까지 이를 때까지 액션 씬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트랜스포머>가 보여주지 못했던, 주인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범블비와의 케미에 집중한다. 우선 찰리[헤일리 스테인필드 분]가 가진 갈등을 분명히 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범블비와의 유대감이 발현된다. 그렇다보니 블록버스터적인 느낌보다는 코미디와 드라마적인 성향이 강한 버디 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상당히 풍긴다. 이러한 스타일에서의 변화가 눈에 띄는 이유는 기존의 <트랜스포머> 속 캐릭터들이 '멋'에 집중했다면 이번 영화는 정말 하나의 캐릭터로서 강하게 작용한다. 그렇다 보니 <범블비> 속 범블비는 역대 <트랜스포머> 시리즈 속 로봇들 중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이입이 보장되니 눈으로 보는 맛은 부족할지라도 이야기를 보는 맛이 훨씬 더 깊어졌다. 기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대중들에게서 어떻게 점점 멀어졌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는 굉장히 크고 중요한 변화이다. 쓸 데 없이 복잡하고 긴 각본으로 억지로 분량을 늘린 후 거대한 물량공세로 얼버무리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게 <범블비>는 이야기를 확실하게 끌고 갈 줄도 알며 확실하게 닫을 줄도 아는 영화였다. 특히 <트랜스포머> 1편이 끌어내지 못했던 캐릭터의 매력을 확실하게 끌어내어 단지 <트랜스포머> 시리즈 안에서만 비교하는 것이 아까운, 좋은 하이틴 무비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 <트랜스포머>는 시리즈가 이어져온 과정이 굉장히 고전적인 시리즈였다. 하지만 파라마운트 입장에서도 납득이 갈 것이 그동안 흥행 면에서는 절대로 실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고집했을 것이다. 당장 성적이 폭락했다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만 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는 6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성공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떠나버린 팬들의 마음이 금전적인 실패보다 더 치명적인 상처로 다가왔을 것이고 이를 회복하는 데는 정말로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로 다가서는 것 밖에는 없다. 그런 점에서 <범블비>는 아주 좋은 시작이다. 비록 블록버스터적인 성격이 타 영화들보다 약하고 인지도가 낮아 전작들만큼 폭발적인 흥행은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떠나버린 <트랜스포머>의 팬들에게는 시리즈가 달라졌다는, 더 이상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가 아니라는 인상은 강하게 남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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