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신익 Jan 20. 2019

[박스오피스] <보헤미안 랩소디>, 천만 가능할까?

본 포스팅은 PC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장기 흥행도 이런 장기 흥행은 오랜만입니다. 작년 10월 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지난 주말(2019년 1월 11일~1월 13일), 84,51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수 9,785,645를 기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천만 관객까지는 단 22만 2천 명의 관객만이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보헤미안 랩소디>가 걸어온 행보를 생각하면 천만이 깨질 것 같습니다만 이게 생각보다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쉽지가 않은지, 그리고 천만이 가능하긴 한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글 시작과 함께 언급했던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성적을 차트를 통해 자세히 살펴봅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6위에 안착했고 관객수는 앞서 말한대로 주말 3일간 84,516명, 누적 9,785,645명을 기록했습니다. 주말 관객수가 10만 관객 아래로 잡힌 것은 <보헤미안 랩소디> 개봉 이래 처음이며 특히 관객수 증감률에서 -52.0%를 기록, 마찬가지로 개봉 이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스크린 숫자도 521개로 개봉 이래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수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상업 영화는 개봉 첫 주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서서히 성적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반적으로는 50% 전후의 감소율을 보여주지만 이후 영화의 입소문과 시즌(명절, 휴일 등)에 영향을 받아 관객 감소율이 줄거나 늘기도 하며 반대로 관객수가 늘기도 합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입소문의 영향을 받아 관객수가 늘어난 케이스입니다. 개봉 첫 주 주말 관객수가 약 52만 명에서 시작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 증감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입소문의 힘을 받으면서 2주차에 비약적인 관객수 상승이 일어났고 그 후 4주차까지 꾸준하게 주말 관객수가 증가했으며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일 때도 30% 이하의 적은 변동만이 있었습니다. 특히 11주차 이전까지 가장 크게 관객이 감소한 8주차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마약왕>, <아쿠아맨>, <스윙키즈>가 개봉했을 때였습니다. <아쿠아맨>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은 관객 반응이 냉랭해 빠르게 퇴장했고 이후 <범블비>, <PMC> 개봉도 마찬가로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건 절대적인 관객수를 깎아내는 작품이 꾸준하게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상위권에서 경쟁해야 할 작품이 매 주 한 두 작품 정도만 개봉되었다면(<완벽한 타인>, <신비한 동물사전 2>, <성난 황소>, <국가부도의 날>) 연말 시장을 노리는 작품 다수가 한꺼번에 개봉을 하면서 빼앗기는 양은 적더라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전만큼 원활하게 시장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또한 개봉 주차가 오래 된 것도 당연히 치명적입니다. 일반적으로 개봉한지 거의 세 달이 다 돼가는 영화가 TOP 10 안에, 그것도 상위권에 자리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첫 주 이후로 50% 단위를 기준으로 관객수가 빠져나가는 상업 영화 시장 상 영화의 소모는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11주차가 되도록 박스오피스 TOP 10 안에 이름을 올린 건 당연히 그 자체로 굉장한겁니다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소모가 많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천만을 넘기는 대부분의 영화는 5~6주 안에 돌파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입소문이 많이 나서 상영 기간이 길어졌다고 해도 볼 사람들은 이미 수 차례를 보고도 남을 기간이라는 것이죠.

  장기 상영이라 예외적이지 않냐고 물을 수 있지만 비슷한 예시가 있습니다. 비록 관객수 면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한참 부족하지만 엄청난 장기 흥행으로 470만 관객을 동원한 <주토피아>입니다. <주토피아>도 개봉 11주차가 되는 2016년 4월 29일~5월 1일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큰 관객 감소율(-48%)을 보여주며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주말 관객수 10만 관객 선이 붕괴되었습니다. 당시 주말 관객수는 76,370명으로 각 일일 관객수는 1만~3만을 오가는 등 <보헤미안 랩소디>와 상당히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주토피아>의 이때까지의 누적 관객수가 약 454만 관객이었습니다. 이후 이벤트성 상영을 제외한, 정식 상영기간이 끝나는 6월 26일까지는 단 16만 관객정도밖에 모으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향후 <보헤미안 랩소디>가 걸어갈 길을 <주토피아>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강한 경쟁작들의 등장으로 관객수 및 스크린 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입니다. <주토피아>는 11주차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라는 강력한 상대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고 이후 개봉하는 <탐정 홍길동>, <극장판 안녕 자두야>, <매직 브러시>, <곡성>, <얼리전트> 등의 작품의 개봉으로 인해 순위를 큰 폭으로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대규모의 경쟁작도 문제지만 비슷한 관객층을 공략하는 애니메이션이 개한 것(<극장판 안녕 자두야>, <매직 브러시>)도 분명 타격이 되었을 것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도 11주차에 <말모이>, <내안의 그놈> 등의 영화와 기존에 개봉한 <주먹왕 랄프2>, <아쿠아맨>과의 경쟁에서도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개봉할 <언더독>, <글래스>, <극한직업>에도 예매율이 뒤쳐지는 상황입니다. 물론 현장 매표 비중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예매율로만 판단하긴 어렵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현장 매표를 더했을 때 <보헤미안 랩소디>를 앞지를 영화도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높습니다.

  <주토피아>는 이런 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와 닮은 부분이 있어 <보헤미안 랩소디>의 천만 관객 돌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만 의외의 변수가 있습니다. 첫째는 평일 관객수입니다. <주토피아>는 가족 영화의 특성상 평일 관객수가 주말 관객수에 비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11주차만 하더라도 주말은 1만~3만을 오가는 반면 주말이 되기 직전 평일엔 1만 아래 내려가곤 했습니다. 반면에 <보헤미안 랩소디>는 평일 관객수도 1만 5천 명 이상은 거뜬하게 버텨주었습니다. 어쨌든 성인 관객층에 어필하는 부분이 더 많은 <보헤미안 랩소디>인 만큼 평일 오후 상영이 어느 정도 관객수를 보장해준다면 느리고 길게 흥행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둘째는 스크린 숫자와 상영 횟수입니다. <주토피아>는 11주차 주말에 300개~400개를 오가는 스크린 숫자를 확보하여 600~800회의 상영이 이뤄졌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11주차에 약 500개의 스크린에서 900회 가량의 상영이 있었습니다. 일단 절대적인 스크린 숫자와 더불어 상영 횟수 역시 적게나마 <주토피아>보다 여유가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주토피아>가 평일에 스크린 숫자를 줄였다가 주말에 늘렸던 것과는 달리 <보헤미안 랩소디>는 평일부터 완만하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평일 관객수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주말 관객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고른 흥행으로 천만까지 바라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헤미안 랩소디>의 천만이 낙관적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당장 스크린 숫자는 어느 정도 될지라도 다수의 작품이 쏟아져 개봉하는 시기라 <보헤미안 랩소디>의 스크린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특히 2월 첫주에 설인 만큼 23일 <극한직업>, 30일 <드래곤 길들이기 3>, <뺑반> 등이 개봉하는만큼 시간이 생각보다 촉박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흥행 자체도 사실상 기적이나 다름이 없었던 <보헤미안 랩소디>이기에 끝까지 지켜보고는 싶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지, 그 추이는 아마 이번 주말, 1월 18일~20일 박스오피스에서 확실한 윤곽을 보일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봉 10주년을 맞은 <다크 나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