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의 천만 실패 분위기가지고 우려먹는 세 번째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는 약 열흘 전 예측해본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추이였고 두 번째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함께 900만 관객대에 머무른 영화들을 알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도전했지만 넘지 못한, 천만의 벽을 넘은 외화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본래 한국의 영화 시장에서 천만은 굉장히 상징적인 숫자이며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성적이었습니다. 숫자로만 생각해도 한국 국민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로 단지 극장을 자주 찾는 관객층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관객층을 끌어들여야만 달성이 가능했던 숫자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조금 더 거리감을 느끼는 외화 영화들은 유행하는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한국 관객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가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관객들이 점차 외화에 익숙해지면서 외화 영화 중에서도 천만을 넘기는 작품들이 점차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22편의 천만 영화 중 단 5편만을 차지하는, 아주 적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외화 천만 영화들에 대해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순서는 흥행성적의 역순)
※모든 통계는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or.kr)의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1. 인터스텔라
2014년 11월 6일 개봉
최종 관객 10,275,484 명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입니다. 우선 <다크 나이트>,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 평단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듯 영화는 뛰어난 재미와 완성도를 바탕으로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받으며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사상 가장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인데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란 이유로 교육 차원에서 가족 단위 관람이 많았으며 영화의 상당수가 IMAX로 촬영된 이유로 IMAX의 대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IMAX 관람객만 약 84만 관객으로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IMAX 상영작이기도 합니다. 우스게소리로 당시에 왕십리 IMAX에서 <인터스텔라>를 보며 허니버터칩을 먹는 사람이 인생의 승자라는 말이 돌기도 했죠. 덕분에 <인터스텔라>는 한국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8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개봉 8주차에 천만을 돌파하며 대한민국의 세 번째 외화 천만 영화로 등극합니다.
2. 겨울왕국
2014년 1월 16일 개봉
최종 관객 10,296,101 명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고의 흥행작 <겨울왕국>입니다. 개봉 당시 [Let It Go] 열풍을 일으키며 전세계적인 유행이 됐었죠. 디즈니의 고정 팬층도 많을 뿐만 아니라 겨울방학 시즌에 개봉을 한지라 가족 단위 관객도 많아 개봉 첫 주에만 120만 관객을 넘길 정도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더 넓은 층의 관객들을 모아들이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개봉 3주차에는 설날까지 겹치며 관객수가 폭발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외화 애니메이션이 개봉 4주동안 단 한 차례도 주말 관객수가 100만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을 보이며 2014년 겨울 내내 안정적인 흥행세를 기록합니다. 그 결과 개봉 7주차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종적으로는 1,029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의 두 번째 외화 천만 영화로 등극합니다.
+) 조금 더 언급해드리자면 2014년은 상당히 재미있는 해였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인터스텔라>와 이 영화, <겨울왕국> 덕분에 외화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으며 <명량>으로 한국 역대 최고 흥행기록이 새로이 쓰이기도 했고 연말에 <국제시장>까지 더해 무려 네 편의 천만영화가 나온 해였습니다. 과연 성적으로만 놓고 봤을 때 이만큼 폭발적인 해가 또 나올지 궁금하네요.
3.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년 4월 23일 개봉
최종 관객 10,494,499 명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외화를 논하는 데 있어 마블은 빠질 수 없겠죠. 세 번째로 언급해드릴 영화는 두 번째 <어벤져스>, 마블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입니다. <아이언맨> 시리즈를 제외하면 국내 흥행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마블 작품이 없었지만 <어벤져스> 1편이 무려 7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이듬해 개봉한 <아이언맨 3>가 9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관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개봉한 <어벤져스 2>의 흥행세는 심상치 않았습니다. IMAX 예매를 앞두고 CGV 서버가 다운되는 등 마블 팬들의 기대와 더불어 서울에서 촬영한 이유로 호기심에 관람하는 일부 관객층까지 붙어 개봉 전부터 대박의 조짐을 보이더니 개봉 첫주에 340만 관객을, 둘째 주에 700만 관객을 돌파하고 4주차에 속전속결로 천만을 돌파해냈습니다.
<어벤져스 2>는 네 번째 외화 천만 영화지만 앞선 영화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앞선 영화들 역시 주말 100만 관객대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지만 입소문을 바탕으로 흥행세를 이어간 반면 <어벤져스 2>는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의 흥행공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개봉 초기에 빠르게 관객을 몰아들이고 비교적 빠르게 퇴장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지금껏 할리우드 박스오피스가 이러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기에 놀라우며 동시에 그것을 만화 원작의 마블 영화가 해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랄만한 <어벤져스 2>의 박스오피스 성적이었습니다.
4.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년 4월 25일 개봉
최종 관객 11,211,880 명
다시 마블의 <어벤져스>입니다. 아직 개봉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작품이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입니다. 천만을 기록한 <어벤져스 2>이후로 마블의 국내 입지는 더더욱 탄탄해졌고 팬들과 매니아층 역시 숫자가 이전보다 많아졌습니다. 흥행 양상은 <어벤져스 2>와 아주 닮아있습니다. 첫 주에는 주말 316만 관객, 누적 476만 관객을 기록하면서 이례적인 속도로 관객수를 끌어올리더니 2주차에 850만, 3주차에 천만을 넘어버리는 어마어마한 흥행을 보여줍니다. 시작이 빨랐던만큼 퇴장 역시 빨랐는데요, 3주만에 천만을 기록했는데 최종 관객이 약 1,121만 관객에 불과합니다. 시리즈의 누적으로 새로운 관객 유입이 많이 없다는 점과 여름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직전에 개봉해 이후 <데드풀 2>, <독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등으로 이어지는 경쟁작에 빠르게 관객을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3주만에 천만을 돌파한 것은 역대 최단 기간 천만 돌파로 다른 어떠한 영화가 와도 쉽게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며 그만큼 마블이 한국에서 대중문화로서의 입지가 튼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 생각합니다.
5. 아바타
2009년 12월 17일 개봉
최종 관객 13,624,328 명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작품이자 최초의 외화 천만 영화, 동시에 당시 대한민국 역대 최고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그리고 아직까지 외화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입니다. 현대 영화 산업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영화인만큼 앞서 언급해드린 기록 외에도 어마어마한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역대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 개봉 당시 역대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북미와 한국에서 7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등등 여러 진기록이 많습니다. 그리고 3D 열풍의 주역이자 실사 영화에 3D를 논하는 데 있어서 기점이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본격적으로 IMAX 열풍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IMAX 관람객만 64만 관객으로 <인터스텔라>에 이어 2위에 해당합니다. 무려 10년전에 기록한 성적임을 고려하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북미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이 영화의 흥행세는 굉장히 기이한 편입니다. 보통 블록버스터가 첫 주에 가장 많은 성적을 기록하고 주말 성적이 매주 절반 가량씩 감소하면서 퇴장하는 경우가 보편적인데 <아바타>는 우선 7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영화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천만 영화들이 7주에 달해야 천만을 기록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1위만 7주동안 했습니다. 특히 기존에 많은 팬층을 보유한 시리즈 영화도 아니고 갓 시작한 오리지널 영화가 이러한 기록을 한 것을 보면 당시에 얼마나 대중이 열광했는지를 짐작해볼 수가 있습니다.
<아바타>는 한국에서 6주차에 이르러서 천만을 돌파합니다. 그리고 15주차 이르러서야 TOP 10에서 벗어나는 등 장기 흥행의 끝판왕 행보를 보여줍니다. 점점 빠르게 소모되는 현대 영화 시장에서 그것도 블록버스터 영화가 이러한 흥행을 보여줬기에 굉장히 이례적이며 특히 한국 영화 시장에서도 예외없이 그 영향력이 행사되었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습니다. 덕분에 <아바타>는 1,362만 관객을 기록해 최초의 외화 천만 영화가 되었으며 당시 역대 한국 흥행 1위였던 <괴물>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했으며 지금까지도 역대 대한민국 흥행작 순위에서 당당히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