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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Feb 04. 2019

[영화 리뷰] - <극한직업>

코미디 영화의 본질은 이런거였지

  유독 명절에는 코미디 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그리고 흥행도 많이 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 <수상한 그녀>, <검사외전>, <범죄도시>, <공조> 등등, 최근만 하더라도 명절 승자는 코미디 영화, 혹은 코미디가 가미된 영화들이었다. 명절은 잘 움직이지 않는 관객층까지 움직이는 유례없는 시즌이라 배급사는 가볍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배치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 범위가 넓은 사극, 코미디 영화가 가득해보이기 마련이다. <극한직업> 역시 그런 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극한직업>은 순수하게 웃음에 집중한다. 영화적으로는 충분히 과장되어있지만 받는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좋은 코미디의 본질에 잘 접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코미디 영화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영화 내적인 세계에서 수용 가능할 정도로 과장되어 관객들을 웃기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의 연출을 위해 다른 장르들보다 극적으로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나 홀로 집에>에서는 케빈을 쫓는 도둑들이, 실제였다면 목숨을 수 차례 잃을법한 사고를 당하고도 멀쩡히(?) 쫓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극한직업>은 그 작업의 이행을 착실하게 한다.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하게 쪼개놓은 컷들과 적당히 비장하게 날리는 대사들은 분명 적당히 과장되어 있지만 그것이 불편하지 않은 정도에 머물러 수 없이 드립들을 날린다. 오히려 배우들의 비장한 연기를 조금 순화시킨다면 실제로 주고받는 '드립'들은 현실에 밀착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한가지 더하자면 철저하게 코미디에 집중한다. 경찰의 직업의식과 정의감, 가장의 무게, 팀원 간의 의리나 조직의 부조리 등등 부각시킬 수 있는 메시지가 충분히 보이지만 영화는 이를 절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자체가 갖는 매력, 아이러니한 상황 그 자체만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다보니 이야기적으로 어색하거나 엇나간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영화의 마무리에 가서도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주지도 않고 상황이 종료된 시점에서 끊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 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없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코미디라는 장르 내에서 신명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각본과 연출에서 이렇게 코미디에 집중하여 좋은 판을 깔아놓았고 그 판에서 배우들은 신나게 연기한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대부분의 웃음 요소들은 다섯 메인 캐릭터들의 앙상블에서 나온다. 오프닝에서 분명한 캐릭터를 부여받은 인물들을 적당히 과장되게 연기하면서 상황에 대한 몰입을 돕는다. 특히 상황을 이끌어가는 다섯 배우들, 류승룡, 진선규, 이하늬, 이동휘, 공명을 제외하고도 악역으로 분한 신하균이나 오정세, 그리고 감초같이 등장하는 김의성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강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렇기 때문에 잘 깔아놓은 판이 더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코미디다운 코미디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다른 장르나 메시지가 어색하게 섞이지도 않고 자극적인 웃음을 위해 무리수를 두지도 않았다. 이보다 뛰어난 코미디 영화는 분명 많을테지만 정말 코미디 영화가 해야 할 요소만 놓고 봤을 때 이렇게 충실히 수행한 영화도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명절 타겟 영화로만 치부하고 양산형 한국영화로 생각하기에는 아쉬운, 그런 퀄리티의 영화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기반으로 앞으로는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를 마음놓고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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