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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ul 28. 2019

[영화 리뷰] - <나이트메어 시네마>

패기 있는 구성, 안타까운 기복

  간혹 보면 철저히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들이 있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일수록 더 감탄하게 되는 오마주와 클리셰의 활용에 주력하여 구성된 영화들이 종종 보인다. 옛 영화인들에게 헌사를 보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휴고>,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오마주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 쪽은 위의 예시들이 아니라 장르 영화들, 그중에서도 B급 영화와 공포 영화들이 그렇다. <13일의 금요일>, <할로윈>, <나이트메어>로 이어지는 슬래셔 영화들부터 <엑소시스트>, <오멘> 등의 오컬트 영화, 그 외에 고어 영화와 사이코 등, 7~80년대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위 장르는 꾸준하게 오마주되고 재생산 되어왔다. <나이트메어 시네마>는 이를 5편의 단편 영화로 담아낸 옴니버스 영화로 '극장에서 자신의 악몽이 상영된다'라는 독특한 기획으로 포장한 영화다. 작품 자체의 기획 의도와 구성으로만 해도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작품별 편차다. 아주 뛰어난 작품부터 정말 아쉬운 작품까지 골고루 산재해있는 이 영화를 성공적이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가장 뛰어난 작품은 첫 번째로 등장한다. 전형적인 슬래셔 무비들의 오마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슬래셔 영화의 특징들, 여주인공의 고군분투와 하나둘씩 쓰러져가는 주변인(특히 남자친구), 잔혹하고 노골적인 살해 방법 등을 그대로 오마주 한다. 대신 이를 한 층 더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이미 알고 있는 방식으로 굳이 공포감을 유발하기보단 오히려 일종의 코미디를 유발한다. 그리고 '살인자=악역'이라는 공식을 깨고 한차례 반전을 주고 그 행동의 동기에 다시 반전을 줘 SF까지 확장한다. 이 기막힌 확장에서 공포감은 딱히 없지만 슬래셔 영화의 잔혹함과 더불어 이를 비트는 데서 나오는 코미디가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두 번째 영화와 세 번째 영화는 비교적 아쉬운 영화들이었다. 사이코의 성형외과를 무대로 한두 번째 단편은 사실상 가려진 얼굴을 공개할 때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목표로 달려가는 영화다. 소구점이 딱 그 부분밖에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영화가 길게 느껴지고 잔가지가 많아 보인다. 그리고 영화의 마무리 역시 그 이미지가 갖는 그로테스크함에서 끝난다. 물론 가려진 것을 열었을 때 그 기괴함이 주는 충격은 있지만 아쉬운 스토리텔링과 플롯 구성을 생각해보면 그 충격이 의도한 만큼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다.

  세 번째 영화는 <오멘>, <엑소시스트> 등의 오컬트 영화들을 제대로 오마주한 작품이다. 장르의 핵심 이미지를 확실하게 연출해내고 미장센이 주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아주 잘 이끌어낸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만 보면 정통적인 오컬트 영화고 장르의 장점을 잘 살려내지만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이 모든 것이 활극으로 바뀌어버린다. 구마 의식으로 대항하려는 듯 움직이던 신부와 수녀는 갑자기 칼을 집어 들고, 그들의 허우적대는 칼부림 속에 상대방(그것도 아이들...)의 목이 잘려나간다. 물론 반전을 주고 정적인 오컬트에 역동성을 부여한 것은 꽤나 재미있는 시도였지만 영화의 일관성이 갑작스레 깨져버려 보는 입장에서는 크게 당황스러웠다.

  네 번째 영화는 정신병에 걸린 환자의 시점으로 보는 환영을 다뤘다. 같은 공간을 바라보지만 점차 그로테스크하게 변해가는 미장센을 통해 일종의 체험을 유도해낸다. 특히 흑백으로 연출되어 점차 기괴하게 변해가는 이미지는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는 묵시록과 같은, 공포스러우면서도 장엄한 이미지를 연출해내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이미지의 연출이 단지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영화가 설정한 주제와도 일맥상통하여 더 강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마지막 작품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작품이었다.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를 가지고 귀신을 보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사이코 살인마와 소년의 추격전을 귀신을 본다는 독특한 소재와 연결하여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지만 두 번째 단편과 마찬가지로 잔가지가 많다.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면서도 불필요하게 드라마를 배치함으로써 영화가 조금은 길게 느껴진다.(마지막 편이라 의도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고) 병원이라는 공간을 충분하게 활용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배치함으로써 장르적인 재미는 꽤 괜찮지만 오히려 더 컴팩트하게 구성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다.

  영사 기사[미키 루크 분]를 중심으로 이 모든 것이 각자의 악몽이면서 영화라는 점, 그리고 영사 기사는 이를 수집한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 모두를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혹은 그렇게 추측되게 만드는) 외적인 구성은 정말 마음에 들지만 결국 이건 옴니버스 영화고 이를 구성하는 각각의 단편 영화들이 잘 나와야 한다. 옴니버스의 주인공은 그 단편들이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작품별 편차가 꽤나 큰 편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의도와 전체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영화를 좋게만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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