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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ul 28. 2019

[영화리뷰] -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한물간 네모들에게 한줄기 동그라미를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류 스포츠 영화는 언제나 꿈을 향해 달려왔다. 스포츠 경기 자체가 갖는 목적성(승리)이 강한 데다 인물의 노력과 그로 인한 결과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높은 곳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갖는 기본 이야기 구조였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역시 이 구조를 따른다. 남자 수중 발레라는 생소한 종목에 도전하는 중년 남자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이 영화에서 이 중년 남자들이 갖는 꿈은 굉장히 소박하다. 서서히 존재감이 사라져가는 생활 속에서 그저 인정을 받는 것이 그 꿈이다. 그 소박한 꿈이 대변하는 현실 속 중년 남자들의 모습, 그리고 그 꿈을 이뤘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굉장히 현실적이라 응원하게 된다.

  영화는 생각보다 분명한 연출적인 컨셉을 영화의 시작부터 제시하고 간다. 동그라미(자유로운 인간)로 태어나 네모(규칙 속의 인간)로 살아가게 되는 우리의 삶에서 절대 네모는 동그라미가 될 수 없으며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노력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느냐에 대한 뻔한 이야기를 네모와 동그라미의 직관적인 비유로 잘 함축한 것은 물론이요 화려한 영상과 함께 '네모'와 '동그라미'라는 프레임 자체를 제시한다. 촬영으로의 기교를 최소화하는 영화이지만 군데군데 네모 모양의 틀(회사의 창문과 창틀, 컴퓨터 모니터 등)과 동그라미(수영장 지하의 유리창, 안무의 모양 등)의 대상을 배치하여 은연중에 영화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굳이 동그라미와 네모의 연출이 아니더라도 종종 독특한 앵글을 넣어 촬영, 연출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길게 늘어지는 그림자, 사우나의 와이드 한 샷, 시몽[장 위그 앙글라드 등]의 거울 샷 등)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의 이야기에 풍성한 화면을 더해준다.

  오합지졸이 모여 열심히 훈련을 해 대회에서 성과를 이룬다는, 이야기의 구조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를 따르지만 그 구성은 사뭇 다르다. 대다수의 캐릭터들을 중년 남성으로 배치해 그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전면으로 드러낸다. 누군가는 악덕 사장이고 누군가는 경제력이 없는, 스스로 쓸모 없다 여기는 가장이며 동시에 경제력은 되더라도 성격에 문제를 가졌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쫓아다니느라 가정에 소홀한 남자도 있다. 자신이 자리한 위치에서 요구되는 여러 역할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불안감과 무기력함을 영화는 아주 잘 집어내고 있다. 특히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라 여러 캐릭터에게 분배된 이야기는 각자의 캐릭터와 상황을 압축적으로 아주 잘 드러내고 그 상황이 주는 현실감과 짠한 감정이 영화를 더 몰입하고 인물들을 응원하게 만들어준다.


  감정적으로 주된 부분은 중년 남성들의 문제이지만 영화는 굳이 '네모는 동그라미가 될 수 없다'에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더한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고 오프닝의 나레이션 역시 무겁지만은 않음을 고려할 때 툭 던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가 굳이 그 문장을 넣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이야기하는 이유는 영화 속 인물들을 모두 품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급하게 섭외했지만 불안함과 약물 중독 증세를 보이는 팀원이나 두 여성 코치에게는 중년 남성들의 문제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요양원에서 일하지만 약물 중독과 불안감을 내비치는 젊은 팀원, 망한 커리어로 인해 알코올 중독에 빠진 전 수중 발레 선수 델핀[버지니아 에피라 분]은 자신의 불분명한 위치에 혼란하는 동그라미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대놓고 영화 중반에는 델핀이 상담을 받으면서 수중발레 코치를 맡으며 괜찮아졌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영화는 이렇게 하나의 인물들도 허투루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인물에게 부여한 만큼, 영화 나름대로의 책임감이자 의미 있는 온기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기본적으로는 차분하지만 순간순간의 엇나감을 통해 코미디로서의 재미도 충분히 준다. 짜증 나는 코치를(그것도 무려 하반신 마비인) 수영장에 밀어버린다든지, 차분하게(?) 말싸움을 하다 다음 컷에서는 갑자기 주먹다짐을 하고 있다든지. 이전 컷, 혹은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을 배치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데도 능하다. 비록 영화가 인물들의 꿈을 이루는 시점에서는 조금 비현실적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진 않지만 영화는 충분히 하고자 하는 말을 장르와 결합해서 아주 잘 전달했다. 무엇보다 판타지가 되고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기 쉬운 감정적인 동기들을 현실적으로, 아주 현실적으로 잘 압축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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