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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Aug 13. 2019

2019 여름 텐트폴 영화 박스오피스 중간 점검

  텐트폴 영화, 쉽게 말해 각 회사별로 그 해 가장 성공률이 높은 영화를 지칭합니다. 당연히 텐트폴 영화들은 관객수가 가장 많이 몰리는 성수기에 개봉을 하고 한국 시장에서는 설날과 추석, 그리고 여름(7월 중순~8월 초)와 연말(12월 중순~말)이 가장 큰 성수기로 꼽힙니다. 월별 매출액으로 따져봤을 때 7월, 8월은 한 해 가장 많은 매출이 기록되는 달이며 한국 영화 매출액의 비중이 특히 더 높게 집계됩니다. 대부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이 4월 말에서 7월 초, 늦어도 7월 말까지는 이미 개봉을 마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천만 관객을 넘긴 18편의 한국영화들 중 절반에 달하는 9편의 영화가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영화들이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작심한 듯 고액의 비용으로 제작된 한국 영화들이 네 편이나 개봉되었습니다. 메가박스 플러스엠의 <나랏말싸미>, CJ의 <엑시트>, 롯데의 <사자>, 그리고 쇼박스의 <봉오동 전투>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과연 그 네 편의 영화들은 흥하는 지금 시기를 잘 타고 있을까요? 아직 여름 시장의 열기가 한창인 지금, 중간 점검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랏말싸미

7월 24일 개봉

감독 : 조철현

배급 : 메가박스 플러스엠

관객수(~8월 12일) : 946,876

손익분기점 : 350만


  가장 먼저 개봉한 영화는 메가박스 플러스엠의 <나랏말싸미>입니다. 조철현 감독의 데뷔작이지만 이미 각본과 제작 등으로 영화 작업에 잔뼈가 굵은 감독이었으며 특히 <황산벌>, <사도> 등 사극의 각본을 써본 바가 있으며 해당 작품의 성과도 괜찮았기에 나름대로 괜찮은 연출자를 섭외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알지만 아직 영화에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소재, 한글 창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송강호와 박해일을 투톱 주연으로 내세워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도 충분했습니다. 개봉 당일인 7월 24일,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라이온 킹>을 끌어내리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심심한 영화(?)의 구성에 주말이 되면 더 강세를 보이는 가족 영화의 특징이 겹쳐 개봉일 이후로 <라이온 킹>에 정상을 내주었으며 심지어 일요일에는 <알라딘>에 밀려 3위까지 내려간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어찌저찌 입소문으로 장기 흥행을 노려볼만한 위치였지만 진짜 악재가 터져버립니다. 영화 개봉 전부터 들려온 역사 왜곡 논란이 관객들 입장에서 사실로 판명 나며 관객수가 급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결과 상영 횟수가 첫 주 14,920회에서 2주차 1,034회로 추락하고 2주차 관객수는 무려 1주차 대비 95.5%가 빠지게 됩니다. 사실상 한 주 만에 퇴장 수순을 밟게 된 상황이며 지금까지도 사실상 회생은 어려워 보입니다. 중간 점검의 취지로 쓰는 글이지만 <나랏말싸미>는 100만을 넘기지 못한 지금의 성적에서 멈출 것 같습니다.


엑시트

7월 31일 개봉

감독 : 이상근

배급 : CJ 엔터테인먼트

관객수(~8월 12일) : 5,997,280

손익분기점 : 350만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CJ의 <엑시트>입니다. 사실 포인트만 놓고 봤을 때 강점이 그리 강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우선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가 연출 데뷔작이었고 출연진도 다른 영화에 비하면 아쉬웠습니다. 물론 조정석은 한국의 젊은 남자 배우들 중 대체 불가능한 위치까지 간 좋은 배우이고 윤아 역시 아이돌에서 배우로,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두 배우 모두 장편 영화에서 주연으로 연기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엑시트>는 이러한 우려를 모두 불식시켰고 지금까지로 봤을 때 올여름의 승자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입니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라는 점에서 거대한 규모의 볼거리를 선사해 여름 텐트폴 영화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생활 밀착형 코미디를 표방하여 새로운 느낌의 재난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쳐내고 간결하고 빠르게 구성되어 영화는 시사회 때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흥행을 예고했습니다.

  그 결과 개봉 첫 주, 주말 200만 관객, 누적 296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 5일 만에 300만에 근접한 성적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함께 개봉한 <사자>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일일 관객수도 차곡차곡 쌓아가며 또 다른 기대작 <봉오동 전투>가 개봉한 지금까지도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개봉 7일차에 손익분기점 350만 관객을 돌파하고 글을 쓰는 지금(8월 13일)에는 6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예매율 역시 <분노의 질주: 홉스 & 쇼> 다음으로 자리해 꾸준한 흥행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분노의 질주: 홉스 & 쇼>를 제외하면 특별히 경쟁작이 될만한 작품이 8월 중으로는 개봉하지 않기 때문에 700만 이상의 관객수는 거뜬하게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자

7월 31일 개봉

감독 : 김주환

배급 : 롯데 엔터테인먼트

관객수(~8월 12일) : 1,546,259

손익분기점 : 350만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사자>입니다. CJ의 <엑시트>와 같은 날 개봉하여 정면 승부를 노린 작품이었죠. <청년경찰>로 2017년 여름 의외의 대박을 쳤던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며 박서준, 우도환 등 젊은 관객층에게 어필하기 좋은 배우들과 더불어 대규모 영화 경험이 숱하게 많고 전 세대에 어필이 가능한 안성기를 캐스팅해 노련함을 더했습니다. 무엇보다 오컬트를 소재로 사실상 부재했던 공포 영화의 영역까지 살짝 건드려(정말 살짝) 나름대로 괜찮게 기획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획이 전부는 아니죠. 확실한 차이가 있는 장르로 인해 관객층이 갈릴 것으로 예상한 것인지 <엑시트>와 같이 개봉한 것이 독이 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시사회부터 좋지 않은 평가가 스멀스멀 퍼져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다행히 데뷔는 나름 안정적으로 했습니다. 첫 주에 116만 관객을 돌파하는, 괜찮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엑시트>가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고 시국마저 잘 타버린 <봉오동 전투>와 말도 안 되게 넓어진 팬덤으로 인해 복병이 된 <브링 더 소울: 더 무비>가 뒤이어 개봉해 <사자>는 2주차에 스크린이 절반가량으로 감소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좋지 않아 관객수는 1주차 대비 80%가 감소하면서 경쟁 구도에서 이탈했습니다. 손익분기점까지 도달하려면 지금까지 동원한 관객 수만큼을 더 동원해도 모자란데, 영화의 평가를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봉오동 전투

8월 7일 개봉

감독 : 원신연

배급 : 쇼박스 

관객수(~8월 12일) : 2,254,444

손익분기점 : 450만


  마지막으로 이야기해볼 영화는 <봉오동 전투>입니다. 올 여름 텐트폴 영화들 중에는 가장 마지막에 개봉된 영화인데요, 소재가 소재인만큼 광복절 특혜를 보기 위해 성수기 혜택은 누리면서 광복절과 최대한 근접하게 배치를 하다 보니 가장 마지막으로 개봉됐습니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이미 흥행한 영화, 드라마에서 여러 차례 얼굴도장을 찍은 배우들이 캐스팅된 만큼, 배우 인지도 면에서는 <나랏말싸미> 다음으로 가장 좋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었죠. 연출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조금 있지만 <세븐 데이즈>,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 등 꾸준히 흥행작을 내온 원신연 감독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개봉이 한참 남았을 때는 우려되는 부분도 상당했습니다. 또 등장한 국뽕영화냐며 시시하다는 반응도 있었고 촬영 당시 환경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어긋나게 행동하여 환경을 파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부정 여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 직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봉오동 전투>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보게 됐고 이게 초반 흥행세로 이어졌습니다.

  비록 개봉 첫 주, <엑시트>에 정상 자리를 내줬지만 두 영화의 주말 관객수 차이는 단 4만 관객인데다 두 영화 모두 14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면서 쌍끌이 흥행을 하는 구도로 양상이 잡혔습니다. 거기에 일일 박스오피스에서는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윈-윈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덕분에 개봉 5일차에 200만 관객을 넘기며 순항 중입니다. 하지만 향후 흥행 양상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엑시트>와는 다르게 <봉오동 전투>의 평가는 조금 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생생한 산지 전투와 더불어 이 시국에 적합한 영화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단순하게 만들어진 선동영화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보다 넓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는 있지만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흥행에 있어 언제나 불안 요소입니다. <봉오동 전투>는 올 여름 텐트폴 영화들 중에 가장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영화이며 당연히 손익분기점 또한 네 영화들 중 가장 높습니다. 과연 <봉오동 전투>는 이 불안감을 떨치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중간점검을 하는 지금까지는 순항 중입니다만, 그 경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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