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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Aug 20. 2019

주목해야 할 '어린 시선들' - <우리집>, <벌새>

  독립 영화는 사람들에게 난해하다,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미를 목표로 제작되는 상업 영화와는 다르게 표현을 목표로 제작되는 독립, 예술 영화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운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버나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이 충분히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독립, 예술 영화들이 있으며 한국 영화들로 한정해도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공주>, <똥파리> 등 대중과 성공적으로 소통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영화들은 개봉을 눈앞에 둔 한국 독립 영화들입니다. 어려운 쪽보다는 아마 대중과 성공적으로 소통할 것으로 보이는 영화들인데요, 두 영화 모두 어린 시선으로 각자의 세상을 바라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래 한국 독립 영화를 살펴봐도 <살아남은 아이>, <죄 많은 소녀>,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영화와 관계가 있는 <우리들>부터 <한공주>까지, 어리고 불안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날카롭게 바라본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영화들이 기대가 되는데요, 한 영화는 이미 해외에서부터 크게 인정을 받고 있으며 다른 한 영화는 감독의 이름 덕분에 든든한 믿음을 주는 영화입니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입니다.


우리집, The House of Us

2019년 8월 22일 개봉

감독 : 윤가은

주연 :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먼저 소개해드릴 영화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입니다. 윤가은 감독은 이미 독립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꽤나 익숙한 이름일 것입니다. 비록 연출자로서 필모그래피는 단편 영화까지 합쳐서 모두 5편밖에 되지를 않지만 확실한 작품 세계를 바탕으로 관객과 평단에게 인정을 받아온 감독입니다. 자신의 아빠와 불륜을 벌이는 집에 쳐들어가 그 집 아이들과 덩그러니 놓인 상황을 그린 <손님>, 심부름을 나간 7살 아이의 작지만 거대한 모험을 그린 <콩나물>, 초등학생 아이들에게는 세상 전부와도 같은 그 시절 친구들 이야기 <우리들>까지. 윤가은 감독은 어린 시선으로 굉장히 성숙하게 세상을 바라봐 왔습니다. 어린 시절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을 일상적으로 그려내지만 어린 시절이기에 당연한 감정들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점을 영화로서 아주 잘 살려내왔죠. 그렇기 때문에 윤가은 감독의 영화들은 당연하면서도 왠지 모를 가슴 저릿한 느낌을 줘 왔습니다.


  <우리집> 역시 이러한 윤가은 감독의 작품 세계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영화입니다. 동네에서 만난 하나[김나연 분]와 유미[김시아 분], 유진[주예림 분] 자매가 각자의 가족에게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입니다. 하나에게는 매일 다퉈 이혼까지도 생각하는 부모님이 문제고 유미, 유진 자매는 이사를 자주 다니는 자신들의 환경이 문제입니다. 10살 내외의 아이들이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영화는 예고편에서 보이는 모습들, 그리고 윤가은 감독의 전작 <우리들>로 추측해보건대, 이번에도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어린 시선이 갖는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을 한껏 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현실로의 거대한 모험이 기대가 되는데요, 그 결과는 이틀 뒤인 8월 22일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새, House of Hummingbird

2019년 8월 29일 개봉

감독 : 김보라

주연 : 박지후, 김새벽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입니다. <벌새>는 정보가 그렇게 많은 영화는 아닙니다. 대학교에서 대학원까지, 20대를 영화 공부를 하며 단편 영화만을 연출해온 김보라 감독의 데뷔작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화의 기반이 되는 전작 단편 <리코더 시험>도 무려 8년 전 작품인데다, 데뷔 전부터 <완벽한 도미요리>, <한> 등의 단편영화로 영화제를 휩쓸었던 나홍진 감독처럼 김보라 감독이 장편 데뷔 전부터 기대를 받는 감독도 아니었습니다.(물론 <리코더 시험>도 2012년 국제청소년영화제 SIYFF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습니다. 사실 나홍진 감독의 사례가 워낙 독특한 것이기도 하죠.)


  어쨌든 긴 시간이 걸려 나온 <벌새>는 윤가은 감독의 영화들과 닮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1994년, 14살 중학생 은희의 시선으로 당시 은희가 겪은 일들과 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적으로 배포된 시놉시스도 굉장히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하고("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 이게 전부입니다.) 예고편을 통해서도 깊은 내적 갈등을 암시하지만 정확히 그 부분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국내 개봉도 하기 전에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습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해당 영화제를 비롯 전세계 19개 영화제에서 공개됐고 25개의 상을 수상하면서 완성도를 인정받았습니다. 국내외 평단이 입을 모아 '역대급 데뷔작'이라 평하는 <벌새>는 다음 주 목요일, 8월 29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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