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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Feb 24. 2017

[영화 리뷰] - <레고 배트맨 무비>

본편을 앞서버린 사은품

  3년 전 개봉했던 <레고 무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존 영화 캐릭터들을 잔뜩 끌어와 온갖 메타적인(영화 세계 자체를 언급하는) 유머로 가득 차서 일종의 패러디물인 줄 알았더니 막판에 가서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감동까지 선사해냈다. 할리우드에서 소재 고갈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 있어 온갖 분야에서 소재를 끌어오는데 그 과정에서 무리수가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레고 무비>도 그 중 하나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편견을 멋있게 깨냈고 곧바로 속편 제작에 착수했다. 이번엔 배트맨에 집중했다. 온갖 캐릭터를 아우르고 레고라는 거대한 틀을 이용한 전작을 생각해보면 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한다는 게 꽤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 이번에도 레고는 멋지게 비상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메타적인 유머를 시작부터 예고하고 끝날때까지 잃지 않는다. 워너브라더스의 로고를 시작으로 각 제작사의 로고가 나올때마다 붙는 배트맨의 코멘트부터 대놓고 전작들을 언급하는 대담함까지 갖췄다. 단순 <배트맨>의 세계관과 작품들을 넘어서 마이클 잭슨의 명언과 노래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저스티스 리그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DC 유니버스를 저격한다. 만화와 영화의 세계를 모두 아우른 정신나간(!) 코미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큰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DC의 세계관과 이전 <배트맨> 작품들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재미있게 관람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언급으로만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특징을 조금씩 뒤집어서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독고다이로 활동하고 외롭게 싸우는 전사 배트맨의 이미지를 희화화해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꿔버렸고 이를 내려놓는 과정이 큰 틀의 이야기가 된다. 배트맨만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빌런도 함께 바뀐다. 메인 빌런으로 설정된 조커는 배트맨과 애증을 넘어 애정의 관계를 이뤄 '좋아한다'는 표현이 '싫어한다'로 바뀐 일종의 로맨스를 형성한다. 배트맨과 조커의 캐릭터와 역학관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영리한 코미디였다.

  그 과정에서 영화가 도출해내는 메시지는 가족애다. 결국 뒤틀린 캐릭터와 상황이 고쳐지는 과정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진행이 된다. 전작의 메시지인 창의성과 순수함보다는 덜 레고답지만 여전히 성인 관객과 어린 관객 모두를 향한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당장 고담을 구하는 일에 빠져 사는 배트맨이 아버지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그렇기에 모든 세대가 추억을 가지고 있는 레고에서 이런 메시지를 도출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당장의 DC 유니버스는 심각하리만큼 부진을 겪고 있다. 미국 슈퍼히어로의 상징과도 같은 배트맨과 슈퍼맨이란 카드를 모두 사용했지만 돌아오는 건 평단과 관객들의 조롱뿐이었다. 박스오피스에서는 선방하기는 했지만 단순히 숫자로만 만족하기에는 너무나도 불안한 평가들이 가득했다. 그런 와중에 일종의 외전이라고 봐도 무방한 <레고 배트맨 무비>가 대박을 터뜨려버렸다. 이쯤되면 워너가 DC를 붙잡고 있는 이유가 이게 아닐까 싶을 정도고 다음 레고(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레고 닌자고 무비>)는 어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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