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신익 Feb 24. 2017

[영화 리뷰] - <조작된 도시>

이야기도 액션도, 순간에 집중하느라 흐름을 놓쳐버린

  여러모로 기대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심은경, 안재홍, 오정세가 등장하며 주인공을 맡은 지창욱은 현재 대 스타다. 연출은 12년 전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은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영화이며 게임부터 사회 부조리까지 21세기 한국을 담아낸듯한 모습도 보였다. 특히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더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액션이나 표현이나 스크린에 보여지는 순간을 위해 과도하게 집중한 느낌이 들고 그 결과 영화 전체의 흐름이 어그러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표현 하나만큼은 인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격투부터 도심 전투, 카체이싱까지 다양한 액션이 존재하는데 액션 씬 하나하나가 보는 맛이 충분히 있다. 또한 액션을 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사전 상황 설정도 매끄럽고 규모를 다루는 능력도 좋다. 비단 액션을 넘어 영화는 굉장히 감각적인 표현들을 잘 사용하고 있다.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한 아카이브를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축약한 빅 데이터의 묘사나 주인공 권유[지창욱 분]와 엄마[김호정 분]의 교감을 소리로 표현한 것 까지. 표현 하나하나에 굉장히 공들인 티가 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표현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표현할 때 그 표현이 영화 전체와 어울리냐 아니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조작된 도시>의 표현들은 큰 흐름으로 봤을 때 표현의 배치가 아쉬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되는 부분은 권유와 일당들이 사건 해결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영화는 감옥에서의 장면들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권유의 비참함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장면(어머니와의 교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권유를 짓밟으면서 이야기의 방향이 어그러진다. 액션씬도 어느 정도 피로감이 생기는 연출이 들어간다. 액션씬들에는 굉장히 많은 슬로우 모션들이 들어가며 같은 합을 여러차례 보여주는 식의 연출이 자주 보인다.(특히 카체이싱 중 차량의 충돌에서) 단일 액션씬으로는 뛰어나지만 액션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여러차례 보다보니 감흥이 더뎌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

  참신한 시도고 어떤 면에서는 판타지지만 어떤 면에선 날카롭고 꼼꼼하게 현실을 담은 영화다. 시선 자체는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며 가상과 현실을 적절하게 연결시킨다는 점이 감독의 전작 <웰컴 투 동막골>과 닮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영화는 목표한 이야기, 혹은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작된 도시>는 분명 확실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이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작품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 <레고 배트맨 무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