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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Feb 24. 2017

[영화 리뷰] - <그레이트 월>

어째 무리하게 벌인다 싶더니 뒷수습이 안되는 영화

  전세계 영화 시장에서 중국의 위치가 급부상하고 있고 할리우드에서도 중국 자본의 유입이 많으며 중국의 눈치를 보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중국인들이 극중에서 중요한 비중을 맡거나 영화의 일부분이 중국에서 촬영되는 것 등이 대표적인 현상들이다. 그러다 이젠 하다못해 대놓고 중국을 겨냥한 작품까지 나왔으니 바로 <그레이트 월>이다. 장이모우 연출에 배경도 중국이니 사실상 중국 영화라 봐도 무방한 이 작품은 중국의 대표 문화 유산인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거대한(?)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중국다운 거대한 스케일로 무장하고 뛰어난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하지만 어째 호기심으로만 끝난 듯한 작품이다.

  분명 초반 30분동안은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윌리엄[맷 데이먼 분]과 페로[페드로 파스칼 분]는 미지의 세계에 유입되고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빠르게 진행된다. 영화의 속도도 속도지만 이 때 전투씬에서 보여주는 액션과 스케일 그 자체는 굉장히 거대하고 화려하다. 여기에 장이모우 감독 특유의 색감이 더해져 말 그대로 휘황찬란한 액션이 펼쳐진다. 문제는 이 30분동안 영화가 공개한 카드가 영화의 모든 매력이었다. 가장 중요한 배경인 만리장성에서 대규모의 전투가 펼쳐졌다. 30분동안 정신없이 지나간 이 전투를 대체할 매력을 나머지 러닝타임동안 채워 넣어야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무너진 이야기와 캐릭터만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캐릭터 간의 소통은 사실상 부재에 가까우며 설명도 표상적으로만 이루어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이 어떤 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져도 별다른 감흥이 없고 개연성을 느끼지 못하며 하다못해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해도 무감각한 느낌은 이어진다. 오히려 이러한 죽음을 나름대로 비장하게 묘사를 하고 있으니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또한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에서의 액션씬은 오히려 스케일도 줄어들고 디테일도 허술해져 영화의 재미는 영화의 진행과 정확하게 반비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영화는 결국 시작 30분만에 자신들이 가진 모든 패를 공개하고 그 이후로는 어떠한 패를 채워넣지 못하며 자멸해버렸다. 아무리 생각을 비우고 보려고 한다 해도 너무나도 많은 요소들이 눈에 밟힌다. 하다못해 영화를 보다보면 맷 데이먼, 유덕화, 윌렘 대포 같은 배우들이 필요한 작품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명 감독과 명 배우들이 참여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타겟을 위한 과도한 설정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겉치레는 화려했지만 속내는 아쉬움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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